대통령 직속 관련 혁신위원회 구성해 강력 추진

 

드라마를 즐겨본다. 작가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교묘하게 만들어놓은 비현실적인 장치에 매번 빠져들어서다. 최근 봤던 드라마는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드라마와 현실이 분간이 안 되는, 그래서 등장인물에게 철저히 빙의되는 경험을 했다.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된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정다은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렸다. 마음이 아프지 않은 이들이 없더라는 걸 이 드라마가 일깨웠다.

공황장애에 시달리다 끝내 회사를 떠나야 했던 다은이 친구 송유찬. 예기불안에 이어 공황발작 단계에 이르러 괴로워하는 유찬에게 나는 빙의되고 말았다. 나는 20년 넘게 공황장애와 동행하고 있다. 극단적인 죽음의 공포 앞에 응급실에 달려가기를 여러 차례. 몇 년 전엔 출근길 지하철 객차 안에서 갑작스런 공황발작으로 실신하기까지 했다.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장에서도 숨 막히는 상황을 견디다 못해 뛰쳐나오기를 다반사. 지금은 거의 약 없이도 생활하고 있지만, 문득 특정한 상황에 맞닥뜨리면 공황장애가 나타난다. 그럴 때면 주치의의 조언대로 블로그에 그날의 상황을 세세히 적는다. 이른바 인지치료인 셈이다.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블로그의 글을 보고 너도나도 공황장애니 강박장애니 우울증이니 하는 마음의 병들을 털어놓은 이들이 의외로 많아 깜짝 놀라곤 한다. 하긴 우리나라 자살률이 OECD국가 중 1위라는 현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은가. 드디어 우리나라도 정신건강의 국가 책임제가 도입될 모양이다. 정부는 2027년까지 정서적·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 100만 명에게 심리상담 서비스를 지원하고, 2034세 청년을 대상으로 2년마다 정신건강 검진을 실시하는 등을 골자로 하는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강력한 정책추진을 위해서 대통령 직속으로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까지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단다.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점점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사람들을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해주겠다니,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한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대사가 떠오른다. “원래 아침이 오기 전에 새벽이 제일 어두운 법이잖아요. 그렇지만 이건 분명해요. 처음부터 환자인 사람은 없고 마지막까지 환자인 사람도 없어요. 어떻게 내내 밤만 있겠습니까? 곧 아침이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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