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고향에 갔다가 귀촌한 형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조카며느리가 며칠 뒤 출산한다는 거다. 형은 좋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며느리의 걱정을 살짝 털어놨다.

의사인 며느리의 걱정은 현재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U광역시엔 소아 응급의료서비스가 가능한 병원이 없다는 거였다. 부산·울산·경남 광역권에 P대학교 양산병원에서만 소아응급진료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했다. 부울경에 모두 6개의 의과대학과, 이들 대학이 운영하는 대형병원만도 10여 곳에 이르지만 딱 P대 양산병원만 소아 응급의료서비스가 가능할 뿐이라고. 젊은 부부들이 안심하게 자녀를 출산하려는 건 요원한 일인가.

듣고 보니 어처구니없었다. 내가 사는 부산광역시에만도 4개의 의과대학과 5개의 대학병원이 운영되고 있다. 운영하는 병상 수를 합치면 자그마치 4천개를 훌쩍 뛰어넘는다. 권역 응급의료센터 등 응급의료센터 8곳에다 권역 심뇌혈관센터, 권역 외상센터까지 운영하고 있으나, 불행히도 소아응급환자를 돌볼 데가 없다는 이야기 아닌가. 국가소멸까지 예고되는 저출산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오늘 아침 텔레비전 방송에서도 저출산 대한민국을 경고하는 뉴스를 전하고 있었다. 이대로 저출산 상태가 유지된다면 2050년 대한민국 경제성장률은 0% 이하를 기록하게 될 것이란다. 내 아이를 건강하게 키워줄 국가 응급의료시스템 재정비가 시급하다. 소아 응급의료시스템 구축에 대한 투자계획을 철저히 따져서 의대증원에 따른 의대 신설 등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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