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다문화 가정, 새터민 무료진료… “아픈 몸, 서러운 맘 보듬죠”

매주 일요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당감동 ‘온종합병원’ 2층 국제진료센터. 의료봉사단체인 ‘그린닥터스’ 소속 의사들이 외국인 근로자, 다문화가족, 탈북자 등 소외계층 환자들에게 무료진료를 해주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린닥터스 의사들은 일요일인데도 쉬지 않고 병원에 나와 성심껏 이들을 진료했다.

 

20여명의 학생, 주부 등 자원봉사단도 환자들을 친절히 안내하며 통역 역할을 담당했다.

 

중국인 근로자 쩐**(49)씨는 이날 오전 요리를 하다 식칼에 왼쪽 가운데 손가락을 크게 다쳐, 몇 겹으로 붕대를 둘러싼 채로 고통을 호소하며 온 종합병원을 찾았다. 상처부위가 너무 깊어 즉시 꿰매는게 좋겠다는 의료진의 말은 초등학교 때부터 중국유학을 다녀와 중국어에 능통한 자원봉사자 김**(19·부산외국어고 3년)군에 의해 통역되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병원 원장 정근(52·안과전문의) 그린닥터스 이사장은 즉시 환자와 이 과장을 1층 응급실로 안내했다. 응급실에 대기 중인 간호사 2명의 도움을 받아 이 과장은 상처부위를 10여 바늘 꿰맸다. 쩐씨는 몇 번이나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일요일인데 쉬지도 못하고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이 과장은 “나는 한 달에 1, 2번 봉사하는 것뿐이어서, 오히려 매주 나오시는 분들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특히 의료시설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병원 측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또 4년 전 탈북한 새터민 이**(59)씨는 이날 부산인권상담센터의 소개로 치과 및 안과진료를 받았다.

 

온 종합병원과 그린닥터스는 일요일 진료 외에도 장기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주중에도 무료진료를 해주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경남 김해에 있는 공장에서 일하는 호시머우(24)씨는 이날 내과와 피부과 진료 등을 받았다. 4번째 이곳을 찾았다는 조이드씨는 “항상 의사분들이 친절하게 병을 고쳐줘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에만 베트남 결혼이민자 등 30여명이 치료를 받았다. 지난 2003년 초 그린닥터스의 전신인 ‘백양의료봉사단’에서 무료진료 서비스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11년 동안 진료를 받은 환자는 4만여명에 이른다.

 

그린닥터스는 특히 때로는 ‘민원 해결사’ 역할까지 자임할 정도로 외국인 근로자들의 어려움을 세세히 살펴주고 있다. 캄보디아 출신 석생헛(30)씨는 2006년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했으나 비자가 만료된 이후에도 근무하다 2010년 5월 불법체류자 상태에서 재생불량성 빈혈판정을 받았다. 그린닥터스는 고신대병원, 법무부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연락해 석씨가 국내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비자를 발급해주고 어려운 골수이식수술까지 해준 바 있다.

 

11년 내내 거의 빠지지 않고 일요일 진료에 참여했던 오무영(59·인제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 그린닥터스 외국인진료센터장은 “의료봉사는 치료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인데 이런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축복으로 생각하고 자원봉사에 나서고 있다”며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완치됐을 때 느끼는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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