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부산건강대학, 개교 4년만에 3천여명 수료…지역사회 건강증진에 이바지

지하철 2호선 부암역에서 내려 6번 출구로 향하면 온종합병원과 통한다. 지하 연결통로를 거쳐 에스컬레이터로 지하 1층에 들어서면 여덟 평의 좁은 사무실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엔 늘 어르신들로 붐빈다. 그들의 머리카락의 색깔이나 숫자로 봐서 생물학적 나이는 미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인생 이모작을 꿈꾸는 이들이다. 그들의 모습에서 한때 대한민국 사회를 호령했음을 읽을 수 있다. 공무원, 경찰, 교장, 교사, 금융인, 중소기업 CEO, 약사가 그들이 우리사회에서 인생 일모작을 일굴 때 가졌던 명함이다.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별 직업 없이 살아온 이들도 있고, 그냥 저냥 조직 속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살아온 이들도 있다. 지금 이들은 모두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십여년 전만 하더라도 서로 격을 따질 수 있을 정도의 사회적 신분에 차이가 있었으나 지금은 그들의 나이에 오롯이 녹아있을 뿐 밖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 모두가 동등하다. 한때의 사회적인 신분의 차이도, 십여 년의 생물학적 세포활동의 차이도 지금의 동등함을 무너뜨릴 수 없다. 그들은 지금 오로지 하나의 목표로 인생 이모작을 가꾸고 있다. 그들이 여덟 평의 좁은 공간에서 공동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건강, 사랑, 희망, 봉사다.

 

그것은 부산 부산진구 당감2동 온종합병원에 설치돼 있는 부산건강대학의 교훈이기도 하다. 부산건강대학은 지난 2010년 6월 12월 개설됐다. 소동진소아청소년과 의원의 소동진 원장과 온종합병원 정근 병원장과 지역사회의 어르신들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벌써 개교 4년을 훌쩍 넘긴 부산건강대학은 20기 교육과정을 진행 중이며 졸업생만 3,000여명에 달하는 부산 최대 규모의 실버교육기관이자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현재는 사단법인으로 정식 등록되어 부산의 저명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이자 전.부산시의사회 회장을 역임한바 있는 소동진 이사장을 필두로 부산시민의 평생교육을 실천하고 지역사회 건강증진과 사회봉사를 통한 부산지역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전 부산대학교 교수회장 서국웅(이학박사)학장을 중심으로 전 동의대학교 예체능대학장 구우영(교육학박사)교수, 부산대학교 스포츠과학부 서국은 교수(이학박사), 신라대학교 체육학부 양정옥 교수(이학박사), 이중숙 교수(이학박사), 재향경우회 유병은 감사 등 인생 이모작을 가꾸는 어르신들이 직접 평생교육을 주도하고 있다.

 

부산건강대학의 모토는 스스로 ‘건강’을 가꿔나가자는 데 있다. 한 기수 당 총 10주에 걸쳐 4시간씩 매주 토요일 오전 온종합병원 대강당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심폐소생술 강좌를 비롯하여, 다양한 주제로 매주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낸다. 최근 현대인들의 주관 심사인 ‘건강한 삶’과 관련하여 ▲심장을 튼튼하게(허혈성 심질환)▲시원하게 소변보기(전립선비대증) ▲중풍, 알면 살고, 모르면 평생 후회 ▲만성질환(고혈압, 당뇨)관리 ▲디스크와 척추 협착증 ▲이명과 보청기의 과학 ▲100살까지 아이의 밝은 눈으로 등 다양한 건강 정보를 온종합병원 소속의 진료과장들이 직접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하는 강좌는 특히 인기가 높다. 그외에도 부산지역 대학교수 및 우수한 전문 강사진이 직접 강의에 참여하는 다양한 교양 강좌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부산건강대학 역시 기수를 거듭할수록 우수한 강사진을 보강하여 수강생들의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또래끼리 모여서 인생의 이모작을 설계하면서 ‘희망’을 꿈꾸는 곳이 부산건강대학이다. 부산건강대학은 2011년 8월 문화원을 설립해 수료 이후에도 각종 생활문화강좌를 통해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강경식 전 국회의원이 직접 강의하는 고전반 수업과 재미교포 허원규 씨가 강의하는 생활영어, 시와 수필의 발행인 강천형 씨의 문학교실, 생활요가, 한문교실, 노래교실, 합창반 등이 마련되고 있다. 또한 사회 저명인사들을 초빙해 인생 후반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그들만의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그들의 몸에서 세월의 흔적은 느껴지지만 희망에 대한 열정만은 젊은이들 못지않다.

 

부산건강대학은 ‘사랑’의 학교다. 2011년 11월 25일 오후 2시 20분께 유병은 씨는 친구들과 함께 부산진구 초읍동 성지곡 유원지 산행을 마치고 땀을 씻기 위해 부산 어린이대공원 부근에 있는 한 목욕탕에 들렀다. 유 씨가 탕에 들어가기 전 샤워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고온 탕에 사람이 떠있는데, 아마 죽
은 것 같다”며 일행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 말을 듣자말자 유 씨는 동료 2명과 함께 곧바로 물위에 떠있는 사람을 밖으로 꺼낸 뒤 부산건강대학에서 배운 심폐소생술을 곧바로 실시했다. 강사의 강의내용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먼저 응급환자의 경추부위에 타월을 받쳐서 기도를 확보 하 고 , 흉 부 압 박 상 지 거 상 법 을 100여 차례 실시하였다. 환자의 몸에서 각질이 벗겨질 정도로 유 씨는 혼신을 다했다. 그 결과 119응급 구조단이 도착하기 전에 환자는 다시 스스로 숨을 쉴 수가 있었다. 119대원이 들것으로 병원까지 후송하려고 하자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마저 목욕을 끝내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병원 행은 취소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일이 있은지 며칠 뒤 목욕탕 주인이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유 씨의 소재를 파악하려고 부산진경찰서에 조회
한 결과 “부산진구 경우회장”이라는 신분을 확인했다고 한다.


2003년 경정으로 정년퇴직한 유씨는 지난 2010년 8월 부산건강대학 2기에 입학해 4시간 정도 받은 심폐소생술로 뜻밖에 이웃에게 사랑을 베푼 것이다.
‘봉사’도 부산건강대학이 내세우는 덕목이다. 현재 3천여 명의 졸업생들이 동기회를 결성하여 부산지역 전역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지역사회 발전에 보탬이 되고 있다. 온종합병원의 후원으로 지난해부터 기장군 정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주말농장을 통해 이웃사랑 실천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이 주말 농장에서 배추 3,000 포기를 수확해 담은 김장김치를 그린닥터스 청소년 회원들을 도움을 받아 부산시내 홀몸 어르신들에게 나눠 주기도 했다. 올해도 추석 직후 김장 배추 4,500포기와 무를 파종했다.

 

부산건강대학은 교훈처럼 스스로 ‘건강’을 다지면서, 사랑-희망-봉사를 통해 사회에 헌신하며 인생 이모작을 열어가는 이들의 ‘행복발전소’ 구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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