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 오후 온종합병원 지하 대강당에서는 신나는 노래 한마당이 펼쳐진다. 우렁찬 목소리의 노래가락을 따라가다 보면 낯익은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30여년 동안 노래지도자 길을 걸어온 방송인 한병창씨가 그 주인공. 특유의 우렁찬 멘트와 함께 "호호호~깔깔깔~" 주부들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이어진다.


그는 북극곰 수영축제와 부산바다 하프마라톤대회 등 굵직굵직한 행사의 단골 사회자로 유명하며, i-net TV의 성인가요 콘서트 등 26년 동안 방송활동을 해 온 한 씨는 요즘 주부 노래교실에 정열을 쏟고 있다.그는 현재 온종합병원 외에도 롯데백화점, 이마트, 연제구청, 해운대 NC백화점 등에서 '한병창 노래교실'을 열고 있다.

 

“노래교실 수강생 중에는 우울증, 조울증으로 고생하는 주부도 있습니다. 노래교실에 대한 소문을 듣고 남편과 딸의 권유로 오기도 합니다. 이들에게 웃음과 노래는 정말 중요합니다.”


■우연히 들은 노랫소리에 이끌려
1960년 부산 남구 대연동에서 태어난 한 씨는 동성고를 졸업한 뒤 우연히 부산YMCA 주위를 지나가다 흘러나온 노랫소리를 듣고 호기심이 발동해 노래교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한 YMCA 강사가 근로여성 200명을 대상으로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너무 즐거워했습니다. 당시 진학 때문에 암담했는데 저도 매주 방청했죠”


■대타로 나선 첫 사회
어느 날 기타 연주자가 몸이 아파 결근했을 때 대타로 나서면서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입문했다는 한 씨. 처음에는 보조 강사로 뛰면서 부전시장에서 중고녹음기를 구입해 사회자의 말을 일일이 녹음하고 집에서 복습하는 등 하나하나 배워 나갔다.
1982년 부산 모 대학 축제 때 남포동 소재 한 나이트클럽에서 첫 사회를 보는데 식은땀 때문에 손바닥에 적어 놓은 진행순서와 멘트가 엉망이 되기도 하고 어느 행사에서는 중간에 쫓겨나온 적도 있었다.


마음을 단련하기 위해 해병대에 입대한 그는 군악대에서 낮에는 의전행사, 밤에는 군 위문 공연 사회를 봤다. 제대 후 YMCA에 입사해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활동하며 결혼 후 서면 도레미문화센터 초대관장으로 취임하고 노래교실 강사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는 지금도 노래를 부르고 있다.


■노래교실은 계속된다
방송인보다 노래지도자라고 불리는게 좋다는 그는 실버세대에게 마땅한 놀이문화가 없는데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노래교실을 계속 운영할 생각이라고 한다.

 

한 씨는 “어머니와 아내를 보면서 여성들이 우리 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들은 평생 동안 고생도 많이 했으며, 지금은 누구보다 가장 외로운 존재이기도 하다”며, “이들이 건강해야 나라도 건강해진다고 생각하며 상록수처럼 끝까지 고향 어머니와 누나와 여동생의 노후를 즐겁고 아름답게 해 주고 저도 함께 아름답게 늙어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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