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합병원 간부들 주차현장서 1일 직업체험, 매달 2차례씩 실시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 30분. 점심식사 시간이었지만 식당 대신에 서둘러 병원 주차장으로 향했다. 날씨는 쾌청했고, 햇살은 정오의 기운까지 받아들여 정수리를 따갑게 공격해왔다. 운전면허를 갖고 있지 않아 이 시대의 마지막 ‘천연기념물’인 내가 해야 할 일을 찾기 힘들어 잠시 쭈뼛쭈뼛 할 수밖에.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이리저리 종종걸음으로 발품만 팔아야 했다. 순식간에 주차장 입구에 차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아픈 몸을 달래며 차속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고객들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 주차권을 뽑아서 차안의 고객에게 공손히 내밀면서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환영합니다! 자동차 키를 꽂아둔 채 내려서 먼저 볼일 보시기 바랍니다. 차는 저희들이 주차시켜 드리겠습니다. 온종합병원은 고객들을 위해 발레파킹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편안하게 볼일 보시기 바랍니다.” 뜨악해하던 고객들이 설명하는 내 입을 빤히 쳐다보다가 이내 몸을 차에서 빼낸다. 이를 지켜보던, 자랑스러운(?) 운전면허를 가진 기획실장, 총무팀장, 원무팀장, 구매팀장, 영상의학팀장이 순서대로 내쳐달려와 고객의 차를 주차타워로 한 대씩 몰고 간다. 커다란 작업대 위에서 대량생산을 재촉하던 포드방식이 그날 주차 현장을 주도했다. 한마디로 운전면허를 가지지 못한 나와, 운전면허소지자인 병원 간부들 간 철저한 분업이 이뤄진 셈이다. 분업으로 인해 향상된 생산성은 고스란히 고객들에게 친절로 안겨졌다. 한낮 한 시간 여 주차장에서의 직업체험으로 온종합병원 임직원들의 얼굴은 땀으로 얼룩졌으나, 미소만은 떠나지 않았다.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주차관리직원을 알바나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모집했고, 연봉도 대졸신입 사원 몫만큼 보장하는 온종합병원. 모처럼 시도하는 주차관리원의 직업 혁신을 위해 병원 간부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한때 은행지점장에, 보험사 임원, 기업체 간부 등을 지냈던 이들이 인생 이모작으로 선택한 주차관리원으로서의 직업적 자존심을 북돋워주려는 노력이 끊이질 않는다. 기 살리기인 셈이다. 덤으로 간부들이 현장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그간 고객들을 불편케 했던 주차업무의 문제점들까지 찾아낼 수 있다. 어제 병원간부들의 일일 주차관리원 체험도 그런 노력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거다. 몇 가지 개선해야 할 것들을 발굴해내는 망외의 소득도 챙겼다. 한여름을 연상케 하는 오월의 뙤약볕은 어느새 내 겨드랑이를 흥건히 적셨다. 정말 힘든 일이다. 그런 만큼 충분히 존중받아 마땅한 직업이란 생각을 다잡아 본다. 그래서인지 그 ‘겨땀’이 나를, 간부들을 상쾌하게 했다. 온종합병원 간부들은 앞으로 매달 두 차례 일일 주차관리원으로서 땀의 신성함을 직접 체험할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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