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종합병원 행정원장 임종수

얼마 전 지인의 부친상을 조문했다. 그의 선친은 올해 아흔 하고도 둘을 더해야 했다. 슬픔에 젖은 상주에게 조문객들은 대체로 호상이라며 위로의 말들을 전했다. 한데 팔십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그의 어머니가 빈소 구석진 곳에서 어두운 얼굴을 한 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아들과 며느리가 번갈아 가면서 그 어머니의 슬픔을 달래고 있는 듯했다. 저녁 무렵 빈소가 한갓지면서 상주에게 선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스무 해 넘게 투병생활을 하다 돌아가셨다. 일흔 둘인가.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졌다. 건강하던 그였기에 집안이 발칵 뒤집어졌다. 그간 병원과는 담 쌓고 살아왔다고 할 정도로 아버지는 건강을 과신해왔다. 감기 한 번 걸린 적이 없다. 엄동설한에 냉수마찰도 마다하지 않았다. 밥 세끼 외에 따로 몸을 위해 챙겨먹어 본적도 없다. 당연히 건강검진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가족들은 외려 늘 잔병치레를 하는 어머니의 건강이 주관심사였다. 쓰러진 아버지는 의식을 회복했으나, 사지가 마비돼 온전하지 못했다. 슬하에 아들과 딸, 두 남매는 어려서부터 집 떠나 살아온 터에 아버지의 병수발은 오롯이 어머니의 몫이었다. 길어야 한두 해로 어림잡았던 병구완은 스무 해를 훌쩍 지나버렸다. 지인의 선친은 아흔 넘게 장수했으나, 기실 그의 건강수명은 겨우 칠순에 그친 셈이다.

 

백세시대를 맞아 ‘건강수명’이 주목받고 있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기간, 다시 말해 기대수명에서 아픈 기간을 뺀 값을 건강수명이라 일컫는다. 가령 기대수명이 80세인데 건강수명이 70세라면 평생 10년은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로 아프다는 뜻이다. 죽기 전에 아픈 기간만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아파왔던 시간의 총합을 따지자면 생각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건강수명은 짧은 편이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대한민국 사람들의 건강수명이 칠십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보사연의 ‘건강수명 산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10년 이상 질병을 앓는 것으로 조사 됐다는 것이다. 2011년에 태어난 아기의 건강수명은 70.74세, 기대여명은 81.20세로 나타났다. 평균 10.46년 평생 13%를 질병을 앓으면서 살아가는 게다. 성별로는 남성의 건강수명이 68.79세, 여성은 72.48세로 3.69년의 차이가 있었다. 여성의 기대여명(84.45세)이 남성(77.65세)보다 6.8세 길기 때문에 여성이 남성보다 3년 이상 더 앓게 되는 셈이다. 같은 방식으로 산출한 2010년 건강수명은 70.44세로 1년 새 0.30년이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기대여명은 0.41년 늘어 기대여명의 증가 속도에 건강수명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면서 질병을 앓는 기간은 더 늘어났다. 평균 수명과 건강 수명이 차이 나는 가장 큰 이유로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원인으로 꼽았다. 2012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고혈압 질환자는 539만명, 당뇨병 질환자는 221만 5000명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예전에 비해 많이 늘었지만 아직 생물학적인 기대수명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다.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가 중요한데, 이는 ‘건강수명’으로 이야기가 된다. 건강수명의 연장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만성질환 관리가 우선이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에서 발병 빈도가 높은 뇌심혈관질환, 당뇨, 간질환 등의 예방하려면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질병을 조기 발견해야 한다. 둘째 혈압이나 LDL-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 혈당의 수치를 지속적으로 체크해 관리해야 한다. 셋째 비만 지표인 체질량지수(BMI)나 복부비만의 판정지표인 허리둘레를 측정하는 ‘비만예방을 위한 허리둘레 측정’도 중요하다. 나트륨(Na)의 과다섭취, 폭식, 음주와 흡연 등의 나쁜 생활습관을 추방하는 것도 건강생활에 필요한 요소다. 마지막으로 B형 간염이나 자궁경부암, 대상포진, 폐렴 예방접종 등과 같이 질병 예방을 위한 예방 접종도 건강수명을 늘리는데 매우 이바지한다. 백세시대는 이처럼 작은 생활실천에서 비롯된다. 건강수명 백세시대, 월간 건강시대가 지향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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