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부산대병원장 박남철 비뇨기과 교수

바야흐로 우리는 인간 평균 수명이 100세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주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요즘 이를 회화하는 대표적인 구호가 9988이다. 99세까지 88(건강)하게 살자는 뜻이다. 9988하려면 말 그대로 건강이 일차 조건이다. 다음은 경제력이 어느 정도 받쳐 주어야 하며 여기에 성기능까지 제대로 작동하여 조물주가 인간에게 선물한 성생활의 즐거움까지 누리면서 살수 있다면 금상첨화의 삶이 아니겠는가?

 

“성(性)”에 대한 표현과 이야기는 인류 역사의 대부분에서 금기시 되어 왔지만 지난 세기를 휩쓸었던 성 자유화 문화와 함께 빗장이 서서히 풀리게 되었다. 여기에 더하여 20세기 끝무렵에 개발되어 시판된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는 성의학의 발전 뿐만 아니라 노인의 성기능 장애에 대하여 보다 많은 학술 연구와 대중적 관심을 끄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필자의 연구에서도 부산경남에 거주하는 60대 이상 노령 남성의 15%이상이 일주일에 1회 이상의 성생활을 즐기고 있다. 즉 노인들이 성에 대하여 무관심하거나 성생활을 할 수 없다는 시대는 이미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노인들은 어릴적부터 성에 대한 정상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세대이다. 이제 노인의 성 문제는 성기능 장애, 성생활에 대한 불만족 혹은 이차적인 정신적 장해인 불안, 우울 같은 개인적 수준의 문제를 떠나 서서히 다양한 사회적 문제로 파생시키며 부상하고 있다.

 

예로 들어 단순한 성적 무지 뿐만 아니라 노인에서의 성교전파성질환, 성매매, 성범죄 심지어는 황혼이혼의 증가가 그것을 반증하고 있다. 노인에서 성기능 유지는 단순히 음경발기나 질 윤활을 떠나 전신 건강상태를 대변해 주는 창이 될 수 있으므로 성의학자들은 매우 중요한 정신적 신체적 기능으로 본다. 성기능은 정상적인 내분비계, 신경계, 혈관계 심지어는 정신건강까지 담보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즉 건강을 위해 필수적으로 가져야 하는 신체 기능의 백화점인 셈이다. 노령의 남녀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성기능 장애로서는 남성에서 발기부전, 여성에서는 질 위축과 윤활장애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장애가 나타나는 원인도 남녀에 차이가 있는 데 남성에서는 혈관계 이상, 여성에서는 내분비계이상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된다. 물론 남성에서도 성욕 감소가 같이 동반되었다면 남성호르몬 감소에 의한 남성갱년기 증후군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노령 남성에서 가장 흔한 성기능 장애인 발기부전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자. 발기부전의 빈도는 크게 잡아 40대 40%, 50대 50%, 60대 60%, 70대 70%로 연령에 비례하여 증가되는 데 이러한 빈도는 남성에서 배뇨 장애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노령질환인 전립선비대증의 빈도와 거의 일치한다. 즉 노령 남성의 약 60%가 발기 부전을 호소하고 있으며 중증도별로 보면 완전, 중등도, 경도로 구분하여 보면 각각 10%, 30% 및 20%의 비율로 분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40세 이상의 성인 남성 약 250만 이상이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발기부전 환자군일 것으로 추정된다.

 

발기부전의 진단은 환자의 주관적인 증상 호소가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된다. 심지어는 배우자나 성 파트너의 이야기도 진단을 위한 중요한 정보가 된다. 발기부전은 인체의 다른 질환과 다르게 검사실 검사나 영상의학적 소견을 이용한 객관적 정보에 의존하기 보다는 환자나 배우자의 병력 즉 주관적 증상만으로도 쉽게 진단이 가능하다. 물론 여러 가지 검사실 검사나 영상진단을 포함한 고가의 특수검사가 병의 확진이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수행될 수도 있다. 먼저 발기부전의 위험인자 혹은 원인질환이 있다면 발기부전의 동반 빈도나 중증도는 보다 높아 질 수 있다. 여기에는 남성갱년기증후군, 전립선비대증, 하부요로증상 등의 비뇨생식기질환과 함께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등의 대사증후군, 심장질환, 우울증 등의 정신 질환, 심지어는 이를 치료하기 위한 복용약물에 의해서도 발기부전이 비교적 높은 빈도로 동반될 수 있다.

 

발기부전의 치료는 상기에 기술한 원인질환 특히 반수 이상의 빈도로 발기부전이 나타나는 당뇨, 심장질환, 간질환 등 만성질환을 잘 치료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에 앞서 금연, 하루 1-2잔 이하로 음주빈도를 줄이는 것, 붉은 고기를 줄이고 야채나 미네랄 섭취를 늘이는 식이, 주 3회 매회 3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 그리고 스트레스 줄이기와 같은 발기부전의 위험인자가 제거될 수 있도록 올바른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예방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물론 이러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은 발기능 유지 뿐만 아니라 전신건강 나아가 수명 연장에도 매우 유익한 인자가 될 수 있다. 성생활 또한 규칙적으로 함으로써 비뇨생식기, 심혈관계, 뇌 건강 뿐만 아니라 면역기능까지도 증가시켜 신체적 정신적 기능 모두를 건강하게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다음 단계로는 발기부전에 대한 전문 치료로서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 음경해면체내 자가주사, 요도좌제, 진공수축기 그리고 혈관성형술이나 음경보형물 삽입술과 같은 외과적 교정술 등이 있다.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는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약물 각각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환자에게 맞춤식으로 처방되어야 한다.

 

따라서 최적의 치료법 선택을 위해서는 발기부전의 원인과 정도, 선호도, 경제성 등을 고려하여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노인에서 건강한 성생활의 유지나 성적 문제의 해결은 부부간의 소외와 단절 심지어는 별거, 이혼, 사별의 상태를 멀리하고 행복한 삶을 담보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마다 인생관이 다르듯이 성에 대한 가치관이나 기대치에도 부부간에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어떤 노령 부부에서는 꼭 성교를 하지 않더라도 다정다감한 키스나 스킨십이 성적 욕구나 부부간의 애정 표현을 대신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건강한 성은 부부간의 이해와 현재의 상황에 맞는 성적 활동으로 가능하며 이러한 생활 방식은 일생 중 가장 의미 있는 황혼기를 보다 행복한 삶의 시간으로 만드는 데 참깨와 참기름의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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