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의료비감면 ‘복지냐-환자 유인이냐’ 병원 “의료기관 길들이&공무원 갑질 행위” 지역의료계 “보복성 행정 아냐?” 진구보건소 “보건복지부 유권해석 필요치 않아”

직원 의료비감면 ‘복지냐-환자 유인이냐’
병원 “의료기관 길들이&공무원 갑질 행위”
지역의료계 “보복성 행정 아냐?”
진구보건소 “보건복지부 유권해석 필요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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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합병원(왼쪽)과 부산진구청.
[글로벌경제신문(부산) 김태현 기자] 
 
부산 지역의 한 보건소가 지역 의료기관이 사전승인 요청을 위해 제출한 ‘직원 진료비 감면’과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해당 의료기관을 ‘의료법 위반’으로 형사고발했다가 도리어 해당 병원으로부터 ‘직권남용’으로 고발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지역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부산 부산진구에 위치한 온종합병원(병원)은 지난 5일 부산진구보건소 A계장과 B주무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 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날 병원의 고발은 앞서 지난 6월 부산진구보건소 의학관리과 B주무관이 온종합병원에 근무하는 K씨(40대, 남) 등을 상대로 해당 병원이 영리 목적의 환자 유인행위를 했다고 판단, ‘의료법 위반’으로 부산진경찰서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본지 7월 29일 보도).

당시 부산진구보건소가 병원을 상대로 한 고발의 요지는 의료기관과 소속 직원이 구청의 사전승인 없이 그 가족 및 친인척을 상대로 진료를 받게 한 것은 두고 ‘의료법 위반’이라는 것.

이에 대해 K씨는 “자문을 구하기 위해 제출을 한 서류를 경찰서에 고발용으로 사용할지 꿈에도 몰랐다”면서 진정서를 감사원과 행정안전부에 제출한 바 있다.

병원과 K씨에 따르면 병원은 복지 차원에서 2010년부터 노사가 합의해서 시행해오고 있는 ‘직원 의료비 감면’의 합법성을 획득하기 위해 지난 5월 11일 ‘직원 및 직계가족에 대한 내부 감면기준표’를 첨부해 부산진구보건소에 사전승인을 요청했다.

이에 앞서 병원은 보건복지부에 ‘의료기관에서 직원들의 사기진작 및 복지 차원에서 직원 본인, 그 가족 및 친인척을 상대로 의료비 중 본인부담금을 감면하는 경우에도 의료법 제27조 3항 1호에 따라 관할청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는지 여부’를 질의해 답변을 받았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에 내원하는 환자들에게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라 본인부담금을 감면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나 당해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직원의 복리 후생을 위해 감면하는 것을 일률적으로 의료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관련한 직원 감면기준이 의료법 27조 3항 1호에서 허용한 ‘환자의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개별적으로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관할청에서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K씨는 보건복지의 답변을 토대로 부산진구보건소에 ‘병원 직원 및 직계가족에 대한 감면 내부기준’을 보내 자문을 구했으나 그 서류를 행정계도 없이 곧바로 ‘의료법 위반’으로 경찰서에 고발했다는 것이다.

K씨는 “이번 민원 처리 과정에서 보건소의 자료요청 행위가 병원의 직원 의료비 감면 사전승인‘ 조치를 위한 것으로 알고 적극 협력했는데 오히려 해당 자료들이 우리병원을 형사고발 하는 데 쓰일 줄 몰랐다”고 분개했다.

그는 특히 “당초 직원 의료비 감면의 사전승인 관련 공문을 접수했을 때 보건소가 ‘이는 위법이니 해서는 안 된다’고 답변해주거나 아니면 감독 권한이 있는 만큼 보건소에서 병원을 직접 조사해서 위법사실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병원 직원을 상대로 온갖 자료를 요청하는 등은 명백히 직권 남용에 해당될 수 있다”며 “무엇보다 보건소의 상위기관인 복지부에서 ‘복지 차원의 직원 진료비 감면행위를 환자 유인 행위 등으로 판단해 일률적으로 의료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무시하면서까지 형사고발 한 것은 의료기관 길들이기나 공무원 갑질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B주무관은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은 별도로 필요치 않아 하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그 외 질문에는 수사 의뢰 중이라는 이유로 답을 회피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는 소속 직원들이 자신의 의료기관을 이용할 경우 진료비 중 본인부담금을 감면해주고 있다.

의료법 제27조 제3항 1호에는 누구든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른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 다수인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자신의 병원에서 진료받았을 때 본인 부담금을 감면해주는 것은 ‘영리 목적의 환자 유인행위’가 아니라 ‘복리후생의 목적”으로 해석하고 복지부나 지자체 등에서 거의 단속하고 있지 않는 게 현실이다.

법조계에서도 의료법 위반(27조 3항)이 병원이 본인부담금을 할인해주었다고 해서 무조건 ‘영리 목적의 환자 유인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고 기망 또는 유혹을 수단으로 환자를 꾀어내어 그로 하여금 특정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과 치료 위임계약을 체결하도록 유인했는지, 보험재정 등의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지역 보건의료노조 한 관계자는 “복지부에서도 처벌하기 어렵다는 의료기관의 직원 감면 제도를 굳이 일선 보건소에서 형사 고발까지 한 것은 해당 의료기관에 대한 탄압이고 갑질”이라고 지적하며 “가뜩이나 코로나 19로 위축된 보건 의료인들의 직원 복지 확대 차원에서라도 직원의 의료비 감면 제도를 차제에 법제화해야 할 것”이라면서 보건당국에 의료법 개정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현행법을 그대로 방치하면 대한민국 의료기관들이 모두 잠재적인 범법자일 수밖에 없다”며 “의료법(27조 3항) 개정을 통해 ‘외국인환자 유치행위’처럼 ‘복지 차원에서 이뤄지는 의료기관의 직원 의료비 감면 행위’도 예외조항을 두어 허용해야 한다는 게 보건의료계 종사자들의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백범기 부산진구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은 “온종합병원은 롯데호텔과 부산백병원을 비롯해 지역사회 발전(일자리 창출 등)에 크게 이바지하는 업체에 속한다”면서 “이러한 업체들에 대해서는 구청 행정이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하고 판단해 한다. 고소·고발에 앞서 절차대로 이행하는 것이 순리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병원이 주장하는 보건소의 ‘갑질과 직권남용’ 부분에 대해서는 서류 검토가 필요한 만큼 보건소에 자료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후생복리 차원에서 소속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직원 의료비 감면’을 시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산진구보건소의 대응에 대해 지역의료계에서는 “부산진구청이 온종합병원에 대해 전포복지관 운영 해지 처분 행정소송 1심 패소에 대한 ‘보복성 행정’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하고 있어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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