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대리의사 논란...명찰 착용 의무화 등 자정 노력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무분별한 미용 성형수술로 대한민국이 ‘성형공화국’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의료기관 간 경쟁적인 환자 유치로 사망사고까지 발생하는 가운데 일부 성형외과에서 대리수술과 면허대여 같은 불법행위가 횡행하고 있다.

이에 성형외과의사들의 모임인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서 양심고백까지 나왔다. 지난 4월초 대한성형외과학회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의료현장 조사결과, 의료기관 간 과당경쟁과 의료 상업화로 인해 일부 회원의사와 의료기관이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의료행위를 저지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성형외과의사회가 고백한 불법 행위들 중 가장 위험하고 부끄러운 것이 대리수술, 이른바 세도우 닥터(Shadow doctor) 문제였다. 일부 성형외과 병의원들은 각종 광고를 통해 이른바 '유명의사'를 만들어 환자에게 이 의사가 수술할 것처럼 상담해놓고는 실제로는 수면마취제 투여나 전신마취로 환자를 잠재우고 이른바 '새도 닥터'라 불리는 다른 의사가 대리수술을 하도록 하고 있다. 심지어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가 대리수술을 하는 일도 있다. 외국인 대상의 성형관광이 활성화하면서 이제는 외국인들조차 대리수술의사의 존재를 알고 있을 정도라고 성형외과의사회는 자탄했다.

또 대량의 수면마취제 투여를 위해 마취제 유통에서부터 의사면허 대여까지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대리수술 의사가 수술하기 위해서는 환자를 속이기 위해 다량의 수면 마취제를 투여하게 되고, 다량의 수면 마취제를 유통하기 위해서 의사면허를 빌려 의료기관을 계속 개설하고, 불법 행위를 감추기 위해 면허대여자를 바꿔가며 운영하는 사례도 있다고 고백했다.

성형외과의사들은 당시 공공장소 등에서의 과대광고로 성형수술을 부추기는 행위를 자제하도록 자율정화 활동을 전개하고, 관련 내용을 담은 규제방안을 입법화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불법적인 성형수술 관행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에 최근 대한성형외과의사회가 '명찰 의무화'를 추진키로 했다. 거듭된 지적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뚜렷한 묘책을 찾지 못하면서 이번 기회에 반드시 제도권으로 끌어들여야만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차상면 회장은 지난 9월 "환자의 알 권리와 건강권을 위해 꼭 명찰 의무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가장 심각한 문제는 취약한 법 구조와 감독기관의 허술한 관리"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차 회장은 "신경림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약사에게만 명찰 착용을 의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법을 의료기사에게도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바람직하며 나아가 의사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미국과 싱가포르를 비롯한 의료 선진국들은 수십 년 전부터 명찰을 의무적으로 착용토록 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사실 현행 의료법상 의사면허를 소지하기만 하면 전공과 상관없이 개업 및 수술이 가능하다. 차 회장은 "그러나 이 제도를 통해 의사면허를 가진 모든 의사들이 마취까지 진행할 수 있게 되고, 비전문의가 수술을 집도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다"고 꼬집었다.

10만 의사들의 단체인 대한의사협회도 대리의사를 통한 시술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대한성형외과의사회의 수술실 명찰제 자율시행을 지지하고, 성형시술을 행하는 의사가 직접 환자와 상담토록 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먼저 근본적으로 대리수술 문제를 유발하는 소수의 대형 성형외과 의료기관에 대한 관계 당국의 강력한 모니터링도 촉구했다. 미용성형시술 전 코디네이터가 상담을 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환자와 의사의 신뢰관계 회복을 위해 성형시술을 행하는 의사가 직접 환자와 상담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응급처치를 위한 시설 마련과 관련해서는 전신마취 등 위험성이 있는 미용성형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은 반드시 응급처치 시설을 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용성형 관련 허위광고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의료광고 관련 법규의 미비로 인해 자행되고 있는 바이럴 마케팅(인터넷 매체를 통한 과장․허위 입소문 광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정부 측에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미용성형 시술 과정에서의 환자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의료계가 자율적으로 시행할 것임을 천명한다. 이러한 자율정화를 전제로 동 문제 해소에 관한 관련기관과의 협의 및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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