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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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와 메라비언 법칙

 

   코로나 팬데믹 3년째 접어들면서 마스크는 신체의 일부가 됐다. 덕분에 호흡기질환자가 크게 줄어들었고, 마스크 속에 숨어버린 익명성 보장이라는 망외의 소득도 주어졌다. 하지만 대체로 불편하기 짝이 없다. 당장 숨 쉬기 힘든 건 차치하고라도 일상 속에서의 마스크 소통이 여러 부작용을 불러온다.

   마스크 쓰고 진행하는 직원 채용면접에서 옥석 가리기가 영 수월찮다. 코로나 방역효과를 생각해서 쓴, 꽉 막힌 마스크 소통은 말하는 상대방의 얼굴 표정을 볼 수 없는데다, 목소리 톤이나 음색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불편하기 짝이 없다. 겨우 지원자가 한 말귀만 알아들을 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LA캠퍼스 심리학과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교수가 내세운 ‘메라비언 법칙’이 떠오른다. 메라비언 교수는 한 사람이 상대로부터 받는 이미지는 시각이 55%, 청각 38%이고, 말의 내용(언어) 7% 불과하다고 했다. 상대의 인상이나 호감을 결정하는 데는 목소리나 표정, 몸짓 등 비언어적인 요소들이 작용한다는 거다.

   마스크 장기 착용은 영유아 언어발달에도 지장을 초래한다고 한다. 온종합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 의료진들에 따르면 아이들은 말소리뿐만 아니라 입모양과 표정, 몸짓 등 언어 외적인 요소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언어를 습득한다고 한다. 마스크를 쓰면 발음이 부정확해지고, 목소리 톤도 옅어지며 얼굴표정을 읽을 수도 없어 언어발달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오늘도 국내 코로나 상황을 보고하는 중앙 방역당국의 기자회견 석상에는 수어통역사가 마스크 없는 맨얼굴로 현란한 손짓과 다양한 얼굴표정으로 텔레비전 화면 밖 청각장애인들과 소통하고 있다. 수어통역사의 표정이나 손짓은 비장애인에게도 절실하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가 없지 않은가. 마스크 소통장애 없는 일상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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