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 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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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한 숟가락

 

   자가격리 중 혼자 밥을 먹는데 자꾸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식탁 위에는 아내가 미리 준비해둔 반찬들이었다. 김과 고추장아찌, 미역무침, 콩나물무침에 순두부찌개와 고등어찌개. 늘 대하는 낯익은 것들이었지만 요즘엔 자꾸 어머니와의 기억이 조미료처럼 가미된다. 고등어 살점 한 점을 집어 입속으로 넣는데 시간은 어느덧 열여덟 고교 1학년 시절로 되돌아간다.

   같은 학교 1학년과 3학년이었던 우리 형제는 어려운 살림 탓에 학교 근처서 자취생활을 했다. 미리 가져온 1주일 치 엄마표 반찬에 냄비밥만 지으면 그만이었지만, 그마저 늘 3층밥에 절반은 누룽지신세였다. 냉장고가 없어 둘이 깨작거렸던 반찬은 이내 쉬 상했고, 쿰쿰한 냄새에 비위 약한 나는 라면에 밥을 말아먹고 등교하거나 끼니를 건너뛰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눈치 백단인 어머니는 바쁜 농사일 틈틈이 하루 두세 차례 다니는 시간버스를 타고 진주의 자취집에 들러 묵은 빨래며 방 청소를 하고, 읍내 장에서 미리 사온 생선이나 돼지고기로 찬거리를 만들어 둥근 앉은뱅이 양은 밥상이 넘치도록 차려놓고선 우렁각시처럼 사라졌다.

   갈치나 고등어찌개, 돼지고기가 든 뭇국, 멸치고추볶음, 시금치나물 무침으로 어린 형제는 배터지게 먹었다. 사나흘 굶은 놈들처럼. 초등학교 시절 고약한 냄새 때문에 도시락 열기조차 눈치 보여 지독히 싫어하던, 된장 장독 속 깊이 둥쳐둔 무장아찌까지 향기롭게 내 입맛을 감돌았다.

   당분간 어머니는 자주 내 식탁 곁에 찾아와서, 자칫 잃기 쉬운 자식을 입맛을 그리운 엄마표 기억으로 보충해줄 모양이다. 고등어찌개도, 순두부찌개도, 고추장아찌도, 콩나물무침도 맛있었다! 어머니 떠나신지 겨우 며칠 지났을 뿐인데 왕성한 식욕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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