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아빠표 요리

 

   자가격리 1주일 내내 배달음식만으로 때울 수는 없는 일. 딱히 시켜 먹을 만한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치킨이나 족발에 심지어 칼국수까지. 매 끼니 식당음식이 조금 물리기도 했고. 집에 갇힌 지 나흘째 드디어 직접 요리해서 먹기로 했다. 아들과 단둘이서.

   스스로 요리해본 기억조차 가물거렸다. 바깥출입이 금해져 있기에 식자재를 선택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아 냉장고를 뒤지다가 문득 떠오른 그날의 요리는 김치볶음밥. 김치냉장고에서 잘 익은 김장김치 반포기를 꺼냈다. 여기저기서 생선통조림, 캔에 든 햄을 확보했다. 김치는 큼직큼직 썰어서 줄기부분은 밑반찬용으로 따로 담아뒀다. 나머지 이파리 쪽만 볶음용으로 쫑쫑 썰었다. 햄도 잘게 잘랐다. 프라이팬에 올리브기름을 둘러 햄을 넣어 볶으면서 캔의 꽁치 토막을 손으로 으깨어 함께 덖었다. 햄이 익어갈 즈음 김치를 넣고 가스 불세기를 조금 더했다. 향미를 더하려고 참기름 한 숟갈을 넣고 마무리 볶음절차에 들어갔다. 미리 데워둔 조리용 흑미밥을 볶음 재료 위에 쏟아 붓고 커다란 조리용 젓가락으로 휘저으면서 고루 익혀 나갔다. 참기름 냄새에 콧구멍이 들썩여야 했지만, 코로나에 막혀 그마저 불가능했다. 눈대중으로 요리를 할 수밖에. 마무리 단계에 급히 냉장고 속 마른 김이 떠올라 잘 섞여 볶아진 밥 위에 손바닥으로 잘게 부순 김을 흩뿌려 다시 고루 섞었다.

   입맛을 제대로 못 느끼는 나는 밥맛이 궁금했다. “맛이 별로 인 듯하다.” 미리 아들에게 이실직고한 터였지만, 그의 반응에 조바심이 일었다. 첫술을 떠서 입에 넣고 우물거리는 아들의 반응. “아빠, 괜찮은 데요! 예전 어렸을 적에 아빠가 해주던 김치볶음밥 그대로 인데요!” ‘괜찮다’는 첫 반응은 나의 사전고백에 대한 아들의 예의쯤으로 받아들였는데, 진짜 맛있다고 금세 그릇을 비웠다. 수년전 어느 텔레비전의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처럼, 냉장고를 뒤져서 만들어본 그날 족보 없는 내 요리가 아들에겐 ‘아빠표 밥상’으로 기억될 모양이다.

저작권자 © ONNews 오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