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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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역대 어느 선거가 이렇게 망설여졌던 적 있던가. 어머니 상중 내내 가족친지들도 자연스레 대통령 선거 이야기였고, 유력 후보들에 대한 자질시비만 입에 올렸다. 내 삶을 바꿔준다는 정책 얘기는 없었다. 누구는 이래서 싫고, 그렇다고 또 다른 누구는 짜증스럽다며 퉤퉤 침 뱉듯 지껄인다. 거리 곳곳에 나붙어 있는 선거벽보에서 십 수 명의 후보들이 ‘제발 내게 대한민국을 맡겨 달라’고 하소연해보지만, 그들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죄다 지금 잘근잘근 씹고 있는 둘 중 한 후보가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을 책임진다는 것만은 자명하다. 이런 상황에 누구를 선뜻 선택하기도, 그렇다고 엄중해진 코로나에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까지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 포기하기도 어렵다. 망설여진다.

   내키지 않은 선거에 뜻밖의 응원군이 나섰다. 코로나 확진으로 집에 갇혀 버린 거다. 자가격리에서 풀려나는 건 대선이 끝나고 나흘 더 지나서다. 물론 확진자에게도 국민의 소중한 참정권을 보장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 같은 자가격리자의 투표시간을 특정시간대로 제한해둔 탓에 ‘덜 나쁜 후보’ 뽑자고 선거에 참여했다간 이웃에게 오롯이 ‘코로나 주홍글씨’만 뒤집어쓰는 처지를 자초하는 셈이다.

   오랜 망설임은 되레 내게 후보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갖게 했다. 후보의 됨됨이를, 누구의 주장이 아닌 내 나름대로 다시 곱씹어봤다. 소속 정당의 지난 행적들도 되짚어보고 참고했다. 무엇보다 나의 노후나 내 아들들의 미래를 위해 누구에게 국정을 맡겨야할지 곰곰 따져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딱 후보 개인만 떠올려보았다. 그는 과연 역동적일까. 역대 여느 선거 때보다 더 굳은 확신을 갖고 확실하게 선택했다! 후회는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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