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닥터스, 과자 등 간식류 제공하자 아이들 줄 지어 서
EU국가 하나 된 듯 우크라이나 난민 돕기 발 벗고 나서

​어난민 어린이들에게 간식을 나우어주고 있는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사진: 그린닥터스 제공)어난민 어린이들에게 간식을 나우어주고 있는 그린닥터스 의료지원단.(사진: 그린닥터스 제공)
​어난민 어린이들에게 간식을 나우어주고 있는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사진: 그린닥터스 제공)어난민 어린이들에게 간식을 나우어주고 있는 그린닥터스 의료지원단.(사진: 그린닥터스 제공)

5월 16일 그린닥터스의 ‘우크라이나 난민 의료지원단’은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개방된 폴란드 마조프셰주 바르샤바시의 PTAK EXPO센터를 방문했다. 2015년 개장한 PTAK 엑스포센터는 실내전시면적이 143,000㎡로, 우리나라 고양시의 ‘킨텍스(KINTEX 108,556㎡)’의 1.3배에 달한다. 그린닥터스 의료지원단은 이번 봉사 기간 내내 ‘2030 월드엑스포 부산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시에서 제공해준 하얀 ‘엑스포 모자’를 쓰고 다니는데, 폴란드의 자랑인 PTAK EXPO센터에서는 그 의미가 남달랐다. 폴란드 자원봉사자들이 그린닥터스 단원들의 모자에 적힌 ‘World EXPO 2030 BUSAN, KOREA’가 무얼 뜻하는지 물어보는 등 관심을 가졌다.

폴란드 정부는 이곳에 1만개의 침상을 준비해,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임시거처로 제공하고 있다. 난민들은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의 프셰미시우 난민캠프처럼 이곳에서 잠시 머문 뒤 독일, 프랑스 등으로 가거나, 폴란드에 남을 지를 결정한다고 한다. 현재 폴란드 정부는 PTAK EXPO센터나 프셰미시우 등 수십 곳에 전쟁 난민캠프를 설치하는 등 유럽 국가들 가운데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가장 호의적이었다.

PTAK EXPO센터 난민캠프에는 초기에 1만여 명이 넘는 난민들이 체류했으나, 지금은 우크라이나로 돌아가거나 EU 국가들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지금은 그보다 난민숫자가 적었다. 난민들은 남편이나 아버지가 전쟁터로 떠나고, 러시아의 폭격을 피해 빠져나온 서 어린이와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액스포 캠프에는 이들을 돕기 위해 폴란드, 벨라루스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달려온 자원봉사자들로 붐볐다.

그린닥터스 의료지원은 엑스포 캠프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었다. 태극기를 가슴에 단 그린닥터스 의료지원단 일행을 발견한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두 팔을 번쩍 들어 환영했다. 아이들은 얼굴 가득 웃음 띤 모습으로 그린닥터스가 준비해간 가정상비약이 들어 있는 응급의료키트와 간식을 받으려고 나이 어린 순으로 줄지어 섰다. 간식을 하나씩 받아들자마자 기쁨에 환호성을 올리는 아이들에게서 잠시 전쟁의 트라우마는 사라진 듯했다. 뒷줄에 서 있던 큰 아이들은 행여 제몫이 없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야말로 어쩔 수 없는 아이들이었다. 과자를 받아든 아이들은 연신 그린닥터스 대원들에게 고개 숙이면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곁에서 선물을 받아든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지켜보던 할머니의 얼굴에서 모처럼 수심이 사라지고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어난민 어린이들에게 간식을 나우어주고 있는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사진: 그린닥터스 제공)
어난민 어린이들에게 간식을 나우어주고 있는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사진: 그린닥터스 제공)

국경 앞의 프셰미시우 피난민촌에는 각 나라에서 보내준 구호품들이 많이 몰려들어 나름 부족하지 않게 먹을 수 있었으나, 정작 수도 바르샤바 피난민촌은 구호물품이 적게 유입되는 바람에, 특히 음식물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70여 년 전 전쟁을 겪은 우리나라의 어린이들도 미군들이 건네는 시리얼이나 초콜릿, 과자 등을 받아들고 깡충깡충 좋아라 했던 게 엊그제 일처럼 떠올라 마음이 착잡했다.

엑스포 난민캠프는 수도 바르샤바에 위치해 있는 탓에 외국인에게 진료행위를 허용하지 않아 그린닥터스 대원들로서는 크게 아쉬웠다. 게다가 국경지역인 프셰미시우와 달리 캠프 내에서의 사진촬영도 금하는 등 보안 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있었다. 아마도 폴란드 정부로서는 수도에 설치돼 있는 난민캠프인 만큼 자국민의 안전과 보호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는 눈치였다.

그린닥터스 의료진은 엑스포 내에 설치돼 있는 폴란드의 의료캠프에서 현지 의료진과 함께 미팅을 갖고 환담을 나눴다. 이곳에는 국경지역에 비해 의약품 공급은 잘 이뤄지고 있었다. 전쟁 피난민들이어서 그런지 건강 상태는 심리적인 불안증세 등을 주로 호소한다고 했다. 전쟁을 겪고 있는 어린이들의 건강이 걱정됐으나, 다행히 심각한 질환들은 없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인 그린닥터스 오무영 온종합병원 센터장과 임세영 전 개성병원장이 현지 폴란드 의사들의 도움을 받아 감기나 소화불량, 피부 질환 등을 호소하는 아이들을 돌봐줬다.

바르샤바역 앞에서 운영되고 있는 또 다른 우크라이나 난민촌에서도 식사제공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유럽 국가들 가운데 인접한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우고 있었다. 전쟁 전에도 폴란드에서는 500만 명의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일자리를 갖고 있을 만큼 두 나라 간 교류가 많았다고 한다. EU에 가입한 폴란드 국민들은 EU 내 다른 선진국으로 일하러 가는 바람에 폴란드의 일자리를 인근 우크라이나인들이 메워주고 있는 셈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15,000 달러(미화)인 폴란드에 비해 우크라이나는 4,500 달러에 그쳐 상대적으로 저임금인 우크라이나 인들이 폴란드 일자리를 채워주고 있는 거다.

폴란드 바르샤바를 지나가는 모든 유럽행 기차가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에게 무료탑승이 이뤄질 정도로 유럽연합(EU)이 하나의 국가로서 운영되는 듯했다.

EU는 이미 하나의 나라임을 느꼈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빌미를 줬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EU가입 발언이 새삼 이해되고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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