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는 멧돼지반 곰반

우리집 앞을 어슬링거리며 산책하는 멧돼지놈이 있습니다. 이 놈은 어릴 때부터 보아왔던 놈입니다. 이놈이 산죽숲 안의 습지에 가기 위해서는 나의 집을 지나쳐야 합니다. 거기에는 지렁이며 개구리 같은 먹거리가 있거니와 뻘밭에서 목욕하고 뒹굴며 여가를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나이가 여섯살 정도 먹었나? 이제는 이놈과 어느정도 교감이 이루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제 해그름녘때입니다. 이 놈이 혼자서 내 집앞을 지나길래, 마음먹고 멧돼지를 불러 세워 보려 했습니다. 우선 시선을 끌기위해 손뼉을 짝짝 치고는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멧돼지야. "  그리고 먹던 토마토 하나를 앞발 쪽으로 툭 던졌습니다. 이놈이 멈칫 놀란듯 했습니다.

돌연 이놈은 "꽤에에엑"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나를 향해 돌진해 왔습니다. 순간 나는 혼비백산하여 엎어지고 일어나서 뒹굴면서 집안으로  굴러 들어왔습니다. 

'저돌적(猪突的)’이라는 낱말을 실감했습니다.  이 낱말의 저(猪)자가 돼지를 가리킵니다. 글자대로 뜻을 풀면 멧돼지가 돌진하는 것 같다는 뜻입니다. 어제는 정말 멧돼지의 저돌적 돌진에 간담이 서늘했습니다.

산림청이 지리산에다 반달곰 복원사업을 벌인지 꽤 오래 되어서, 산에는 곰이 반이고 멧돼지가 반입니다. 산림청은 곰의 개체수가 늘어난 것을 자랑삼아 말한다만, 나는 산림청의 반달곰 복원사업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멧돼지만 해도 무서워 죽겠는데, 멧돼지 보다 더 무서운 곰을 산에다 풀어 놓아서, 산골 마을사람들을  로마시대의 검투사로 만들어 산속으로 떠밀고 있기때문입니다.

지금은 곰이 산골사람에게만 위협을 주고 있지만, 언젠가는 도시에도 출몰하는 날도 있지 않겠습니까?

이 와중에 하동군이 형제봉에다가 미술관과 호텔을 짓고 케이블카와 산악열차를 개설하려 하고 있습니다. 일명 알프스 하동프로젝트인데, 나는 기발하고 근사한 계획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산을 마냥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정글로 두는 것이 결코 좋은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기때문입니다. 사람이 공유하고 활용할 때에 진정한 산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역시나 환경단체들이 반대해서 시공회사가 도중에 포기를 했고 하동군은 프로젝트를 멈춘 상태입니다. 

환경단체들이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반달곰의 서식지를 파괴한다는 것입니다. 

"환경단체님들, 말좀 해 보소. 멧돼지에다 곰까지 보태어서 내 서식지를 파괴하는 것은 우짤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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