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 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블로그 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세월의 느낌

 

  언뜻언뜻 일상 속에서 세월의 느낌이 마음 깊숙이 묵직하게 가라앉는다. 주방에서 엎질러진 물기를 닦고는 헹군 걸레를 무심코 꽉 짜다가 손목에 불편함을 느낀다. 감당하지 못할 무게감에 손목 관절의 통증이 가슴을 콕콕 찌른다. 수십 년 그래왔듯, 머릿속에 저장돼 마치 컨베이어벨트 작업처럼 손에 힘을 가했을 뿐인 데도 손목이 아팠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꽉 닫힌 고추장 병뚜껑을 열려는데 너무도 뻑뻑했다. 물기 묻은 손이 미끄러워 고무장갑까지 끼고 다시 도전했다. 몇 차례 시도 끝에 겨우 뚜껑을 열었으나, 시큰거리는 손목 통증이 오래 남았다. 예전에 없던 일이었다.

  나이 들어서일까.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십 수 층의 계단을 달음박질치듯 뛰어 내려갔지만, 요즘 그런 만용을 부렸다간 보름쯤 절뚝거릴 각오를 다져야할 판이다. 지하철 교대역에서 구서역 근처의 집까지 한 시간 남짓 걸어도 성에 차지 않았던 퇴근길도 요즘엔 고관절이 뻑적지근하고 걸음걸이조차 불편해진다.

  요즘 들어 마음처럼 몸이 잘 따라주지 않는다는 걸 실감하고 산다. 깜빡거리는 푸른 신호등을 쫓아 겨우 10여 미터 도로만 내달려도 금세 헐떡거리게 되니 말이다. 마음의 청춘을 조용히 달래야겠다. 너, 이젠 더 이상 젊지 않다고!

 

저작권자 © ONNews 오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