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 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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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식사

 

  출근하자마자 몸이 으슬으슬하고 목이 따끔따끔하게 아파서 코로나검사를 받았다.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홀로 사무실에서 일했다. 점심 무렵 허기졌지만 음성결과를 받기 전까지는 여러 사람들이 한꺼번에 드나드는 직원식당을 이용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식당에 가는 것도 손님들에게 엉뚱한 피해를 줄 수도 있었다. 그때 떠오른 데가 편의점이었다.

  아파트 근처 편의점 앞을 지나칠 때마다 ‘맛있는 편의점’이라는 홍보문구가 가끔 입맛 당기게 했다. 도시락이나 김밥에 라면, 햄버거로 간단히 한 끼 식사를 때우기는 편의점만 곳도 없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 물론 저렴한 비용은 덤이고. 병원 내 편의점에 가서 삼각 김밥 두 개와 두유를 사서 점심식사로 대신했다. 참치김밥과 전주비빔밥이었다. 급한 마음에 비닐 포장지를 뜯으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입안에 고이는 침을 연신 삼켜가면서 여기저기 닥치는 대로 손톱으로 봉지 틈새를 벌려서 뜯었다. 김은 조각조각 찢겨나가고 밥덩이만 덜렁 남았다. 찢긴 김 조각을 얼기설기 헐벗은 밥덩이에 둘러서 한 입 성큼 베어 물었다. 참치 김밥는 느끼했으나, 전주비빔밥은 매콤하니 꽤나 입맛을 당기게 했다. 목의 이물감을 뚫고 김밥 넘기기가 힘겨우면 두유 한 모금으로 밀어 넣었다. 좁은 사무실에서 쭈그린 채 김밥을 꾸역꾸역 먹고 있는 내게 쓴웃음과 함께 포만감이 동시에 몰려왔다. 코로나가 불러온 웃픈 풍경인가.

  다행히 검사결과는 음성이었고, 그날 저녁 직원식당에서 동료들과 함께 즐겁게 식사하는 기쁨을 다시 누릴 수 있었다. 역시 ‘맛있는 편의점’ 혼밥 보다는 늘 함께 먹는 식당 밥이 더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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