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 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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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건조

 

  샤워기로 몸에 따뜻한 물을 끼얹는다. 메마르고 거칠어진 피부가 물기를 머금으며 비로소 잃었던 윤기를 되찾는다. 이 순간이 행복하다. 나이 들면서 점점 피부가 건조해지고 주름지며 거칠어진다. 끈질기게 쫓아오는 세월을 언제까지 피할 수 없을 줄 알면서도 서글퍼진다. 건조해진 피부는, 가뭄에 쩍쩍 갈라 터져 마치 유년의 고향 논바닥과 같다. 메마름의 뒤끝은 가려움이다. 몸속 수분이 점점 빠져나가고 제때 보충이 어려워진 걸까. 아내가 마련해준 바디크림으로 온몸에 보습을 노려보지만 제품의 선전 문구처럼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보습크림을 바르는 순간 잠시 촉촉한 기분에 짜릿하지만, 이내 건조해지면서 긁적거린다. 요즘엔 환절기라 더한 느낌이다.

  어디 몸만 건조해질까. 기실 마음도 점점 메말라가면서 거칠어진다. 대수롭지 않은 상대의 언행에도 건조해진 내 마음은 이내 거칠게 반응하면서 상대의 마음까지 빡빡 긁어댄다. 돌아서면 후회할 일이지만 이미 때늦었다. 애먼 세월 탓에 매달려 보지만 수양부족에서 비롯됐음을 나는 알고 있다. 마음의 보습크림은 없을까. 오늘따라 보습크림을 듬뿍 바른다. 마음속까지 촉촉이 스며들기를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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