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 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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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불감증인가

 

  휴일 점심 무렵 아들과 함께 외식을 하게 됐다. 범어사 인근에 문을 연 불교박물관을 들러보고 시간이 어중간해서 끼니를 때우고 집으로 돌아갈 요량으로 식당을 찾았다. 밥 때가 됐서 일까, 식당마다 사람들로 넘쳤다. 크게 배고프지 않았던 나는 맛을 고집하기보다는 안전한 데에 가고 싶었다. 연일 폭증하는 코로나 감염이 두려워서다. 집 근처에서 비교적 홀이 넓은 국수집으로 갔으나, 이미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여름에나 이용하는 홀 밖 테이블까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날씨까지 봄 햇살이 내리쬐듯 따스하다보니 그동안 겨울과 코로나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집에서 빠져나온 모양이다. 손님이 비교적 적어서, 둘만이 안전하고 오붓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적당한 식당을 찾아 나섰다. 식당들이 즐비한 산복도로변에는 마치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식당 손님들의 주차차량으로 인해 맨 바깥 차로 하나는 아예 통행이 불가능한 지경이었다. 그도 부족했던지,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에까지 차들을 불법 주차해놓아 행인들이 도로 안쪽으로 위험스레 지나가고 있었다. 

결국 나는 N95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오래되고 유명한 칼국수집으로 들어섰다. 이왕 안전하게 먹기는 걸렀으니, 맛집으로 알려진 노포를 택했다. 입구에서 열 체크나 방역패스 확인절차도 사라졌다. 완전히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다. 다닥다닥 붙어 앉은 옆 사람들이 신경 쓰이고, 일행들과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고 있는 것까지 그날따라 짜증스러웠다. 늘 맛있게 먹던 팥 칼국수 맛마저도 밋밋했다. 뜨거워서 먹기 쉽지 않았지만, 10여 분만에 뚝딱 칼국수 그릇을 비우고 바람처럼 식당을 빠져나왔다. 코로나에 대한 공포 탓이었을까. 감염불감증에 빠진 사람들에 대한 분노였을까. 그날 부산의 코로나 확진자 수는 1만 3천명을 훌쩍 넘어섰다. 진짜 사람들이 코로나를 독감처럼 여기기 시작했나 보다. 공황장애 환자인 나는 여전히 두렵고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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