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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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

 

  아파트 현관을 나서자 사방에서 오감을 에워싼다. 턱에 걸쳐진 마스크 덕분인지 후각부터 으쓱댄다. 고층 아파트에 진 그늘에 갇힌 지난밤의 월향(月香)이 콧속으로 스며든다. 서늘하면서도 상그럽다. 밤새 선잠으로 뒤척여서 천근처럼 찌뿌드드했던 아침 출근길이 솜털처럼 가벼워진다. 그 순간 귓속으로 파고드는 새소리는 이 세상 어느 교향악보다 나를 감동시킨다. 휘리리릭! 찢어지는 듯 날카롭다. 몸피 작은 녀석들이 이른 아침부터 먹이사냥으로 부산스러운 건지, 간밤에 만나지 못한 짝을 부르는 건지. 그 소리에 까치들이 끼어든다. 요 며칠 동안 까마귀 떼에게 지배당한 탓에 한동안 소리조차 종적을 감추더니, 여간 반갑지 않다. 까치소리는 언제 들어도 뭔가를 기대하게 하는 설렘을 담고 있다.

  아파트 정문 관리사무소 앞에서 근무자 두 사람이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운다. 그들도 턱 끝에 걸쳐진 마스크 덕분에 낮은 소리로도 대화를 즐긴다. 지나가는 내게 인사를 건네는 그들의 얼굴에 아침 햇살이 살포시 내려앉는다. 아파트 콘크리트 벽면을 넘어 쏟아져 내릴세라 젊은 환경미화원의 손길도 바빠진다. 한쪽에 쓰레받기, 또 다른 손에는 비를 들고 거리를 오가며 바삐 비질을 하고 있다. 가게 앞에는 하루치 장사할 물건을 싣고 온 차들을 둘러싸고 점원들과 배송직원들이 목청을 높이고 있다. 등에 가방을 메고 헬멧을 쓴 중년의 직장인이 스쿠터를 타고 내리막길을 쏜 살 같이 달린다. 물기 촉촉한 머릿결을 쓰다듬으면서 어린 여학생도 정신없이 앞으로 내달린다. 그들의 머리 위로 아침햇살이 따스하게 내린다. 이 정도면 맛있는 출근길 일상 아닌가. 오감이 즐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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