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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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증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 뭔가 어른거렸다. 눈곱이 끼었거나 눈에 티라도 들어갔나 싶어 오른쪽 눈을 비볐다. 어른거리는 증세가 좀체 가라앉지 않았다. 되레 한 마리 모기가 눈앞을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듯 불쾌했다. 요즘 들어서 부쩍 눈동자가 따갑도록 아프고, 주책없이 눈물까지 와락 쏟아졌다. 눈도 침침했다. 나이 들어 돋보기까지 낀 채 오랜 시간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봐서 그러려니 했다. 급기야 모기까지 눈앞에서 날아다니는 통에 결국 정근안과로 달려갔다.

  비문증으로 보이니, 일단 눈 종합검사라도 받아보잔다. 동공을 확대해서 40여 분간 십 수 가지 검사를 받았다. 가슴 한 편에서는 공황장애 환자를 잔뜩 두려움에 떨게 했다. 드디어 형 집행을 기다리는 사형수마냥 진료의자에 앞에 앉아 초조하게 의사의 입만 쳐다봤다. 가장 걱정했던 시신경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시력도둑이라는 황반변성은 걱정하기 않아도 된다고 했다. 녹내장이 약간 의심되지만, 서너 달에 한 번씩 관찰하자고만 했다. 눈앞에 날아다니는 모기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질 거라며 별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지금 상태로는 비문증 치료를 한답시고 레이저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의사의 말이 이어질수록 어깨를 짓누르는 공포감이 아침안개처럼 스르르 사라졌다.

  “백내장은 나이에 비해 많이 진행된 상태이고, 수술해야 할 만큼 ‘익었다’”는 주치의의 말에도 나는 더 이상 겁내지 않았다. 100세 시대에 누구나 죽기 전에 한번 걸린다는 백내장이라지 않은가. 무엇보다 시신경과 망막은 괜찮다는 말이 나를 안도하게 했다. 여전히 눈가에 모기는 어른거리지만, 비문증의 공포는 허공 속으로 훨훨 날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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