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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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사리는 탈 마스크

 

  한낮 서면 번화가 도로를 걸으면서 마스크를 내렸다. 더운 날씨여서 그런지 가슴이 더 답답하고 숨 쉬기가 힘들기도 했다. 지나치는 사람들은 여전히 KF94 마스크나 N95 마스크로 무장하고 있다. 그들이 자꾸 나를 힐끔거리는 듯해서 자신도 모르게 손은 한 쪽 귀에 걸려 있는 마스크 끈을 만지작거리게 된다. 일단 벗어젖힌 마스크를 다시 얼굴에 씌우자니 늘 쓰고 다닐 때보다 더 숨이 차서 포기했다. 그냥 내가 먼저 야외 마스크맨들을 외면했다. 바깥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코로나 방역 완화지침이 내려진지 보름 넘게 지났으나 사람들은 아직도 탈 마스크에 몸을 사린다. 남의 눈치가 껄끄러워서.

  점심식사가 끝날 무렵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난민캠프로 의료봉사 활동을 떠난 막내로부터 보이스톡이 왔다. 현지시각으로 아침 6시 조금 지났다며, 곧 식사하고 우크라이나와의 접경지역에 설치돼 있는 난민캠프로 이동할 거란다. “건강 조심하라”고 하면서 코로나 걱정을 보태는 아빠에게 아이는 현지의 ‘별천지 상황’을 들려준다. 폴란드에서는 야외는 물론 실내에서조차 누구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이 없단다. 식당 홀에서 서빙하는 직원들도 죄다 맨 얼굴이라고. 바르샤바 시민들은 마스크를 쓴 채 다니는 그린닥터스 의료지원단을 마치 구경거리라도 되듯 힐끔거린단다.

  바르샤바공항에 입국할 때도 코로나 PCR 음성 확인서를 요구하지 않더란다. 아이는 되레 봉사 끝난 다음 귀국길을 걱정했다. 폴란드를 떠나기 직전 코로나 PCR검사에서 양성으로 판정나면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를 수 없단다. ‘K방역’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요구하는 통관 조치 때문이란다. 폴란드를 비롯해 EU에서는 이미 ‘위드 코로나시대’를 누리고 있는 듯해 조금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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