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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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는 감성에 좌우되나

 

  모처럼 만난 친한 형이 지방선거 이야기를 꺼냈다. 유력정당마다 속속 공천후보들을 발표하면서 조금씩 선거열기가 달아오르는 듯하다. 행정을 잘 알아서 일을 잘 할 것 같은 고위공직자 출신 예비후보들이 공천 문턱에서 좌절하는 이유에 대해 ‘한때 출마자’였던 형의 분석이 재밌다. 정당인들처럼 공직자들은 유권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거다. 형은 자신의 경험담까지 털어놨다.

  몇 년 전 그는 참모들의 감성 선거 전략에 따라 투표일 하루 전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비옷도 입지 않고 우산도 없이 교차로에 나섰다.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그는 후줄근하게 젖었고, 따뜻한 5월이었지만 온몸이 어슬어슬 하더라고. 선거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캠프 사무실로 돌아가고 싶었으나 참모들의 충고 탓에 억지로 거리인사를 계속했다. 30분쯤 지났을까. 기계처럼 반사적으로 오른쪽 왼쪽 방향을 바꿔가면서 90도 각도로 고개 숙여 인사하다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고개를 드는 순간 한 뼘 남짓 떨어진 코앞에 무시무시한 맹견이 승용차의 차창을 통해 자신을 쳐다보고 있더란다. 오금을 저릴 만큼 놀라움보다 기막힌 자신의 처지에 그만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란다. 정신없이 개한테까지 절하면서 한 표 달라고 하소연하는 자신이 너무도 처량하더라고. 요즘 선거철을 맞아 거리유세를 하는 후보들을 보노라면 그때의 자신이 떠올라 씁쓰레하단다.

  6월 1일 지방선거의 대진표가 확정되면서 후보들의 유권자 접촉이 활발해지고 있다. 코로나 방역이 다소 느슨해지면서 명함을 내미는 후보들의 손길이 좀 더 적극적이다. 감염의 찝찝함 탓에 스스럼없이 다가서는 그 손길을 확 뿌리치고 싶지만, 형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너무 야박한 듯해서 슬쩍 발길을 돌려 피한다. 끝까지 쫓아와서 기어이 내 손에 자신의 명함을 쥐어주려는 악착같은 후보들도 있다. 미소 짓는 그 얼굴이 안쓰러워 다소곳이 명함을 받아 쥔다. 냉랭했던 내 마음도 조금은 녹으면서 그 후보가 좋아 보인다.

  5월 19일 오늘부터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네거리에서 아는 얼굴이 명함을 내민다. 이번에도 투표가 이성보다는 감성에 좌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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