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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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유감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부르는데엔 다 이유가 있을 터. 5월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5일 어버이날, 15일 스승의 날까지 더해져서다. 스승의 날이 가정의 달과 연계되는 것에 조금 의아해하는 이들도 있지 않을까. ‘스승의 은혜’라는 노래의 가사로 설명될 듯하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 …’. 예부터 스승은 어버이로 존중받았으며, 어버이날 어버이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 듯 스승의 가슴에도 똑같이 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까.

  올해 들어 내게 ‘5월이 가정의 달’이라는 의미가 엄청 퇴색해 버렸다. 아이 둘이 어느덧 20, 30대로 훌쩍 커버린 탓에 진즉 내 마음속에서 어린이날은 삭제된지 오래다. 병상의 어머니가 겨우 명맥을 지어가던 어버이날마저 올해 3월 세상을 등지는 바람에 카네이션은 묘지 비석 위에 바쳤다. 앞으로 ‘어버이의 날이면’ 장종섭 시인처럼 하겠지. ‘빨간 카네이션을 / 사는 이를 보면 / 부럽습니다 나는 // 벌써부터 / 하얀 카네이션을 / 사고 있기 때문입니다 // …’.

  그나마 스승의 날마저 아내의 퇴직으로 내 가슴속에서 싹 질 듯하다. 해마다 나는 교직에 몸 담고 있던 아내에게서 이미 추억이 돼버린 은사를 그리워하고, 상념의 가슴 위에 검은 카네이션이라도 만지작거릴 수 있었다. 막상 올해 2월로 교단을 떠난 아내가 한 올 거미줄에 걸려 있던 희미한 추억마저 사라져 버리는 듯하다. 그나마 한 올 위안으로 삼을 수 있는 건 5월 17일은 변하지 않는 막내 생일이다.

  다시 5월을 가정의 달로 되돌려 놓으려면, 내 아들 둘에게서 손자를 봐야하나. 당장은 결혼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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