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아름다운 만큼 추해지고!

 

  아파트 거실이 화려하다. 꽃 몇 송이에 누리는 호사(好事)다. 호접란이 하얀 꽃잎들을 활짝 펼치고 있다. 순백의 꽃잎에 둘러싸인 노란 수술이 보란 듯 자태를 뽐내고 있다. 주황색 칼랑코에 꽃송이도 이에 뒤질세라 양껏 꽃 날개를 펼치고 있다. 살찐 듯 두툼한 잎사귀 위로 주렁주렁 송이를 달고 목을 쑥 뽑아 올리는 게 앙증맞다. 이미 한 달 전부터 우리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해온 수국은 여전히 파란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다.

  아내가 꺾어온, 달콤한 향이 유달리 짙은 아카시아 꽃은 벌써 시들었던지 거실에서 사라졌다. 이름 모를 몇몇 야생화들도 울긋불긋 화려한 자태를 한껏 뽐냈지만, 겨우 열흘도 지나지 않아 사나운 몰골을 한 채 거실에서 퇴장해야 했다. 어디 우리 집 거실뿐일까. 이밥처럼 하얀 꽃송이로 아파트 주변을 뒤덮었던 이팝나무 아래엔 꽃의 잔해들이 비듬처럼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춘심을 자극하던 분홍 벚꽃, 서러울 정도로 거만했던 하얀 목련 꽃도 핀지 채 며칠 지나지 않아 추레한 모습으로 땅바닥 위에 나뒹굴지 않던가.

  이즈음 문득 떠오르는 말,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자유롭게 허공을 훨훨 날아다닌 만큼 날개가 지치거나 꺾이면 곤두박질 신세일 수밖에. 봄꽃도 마찬가지일 터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일수록 질 때는 더 추해지기 마련 아닌가. 이 슬픈 아쉬움을 달래려고 아내는 개화시기가 긴 꽃들만 거실에 입양하는가 보다. 수국이나 칼랑코에, 호접란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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