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거머리

 

  최근 브라질에서는 강에서 수영하다가 사람 몸속으로 파고든 작은 물고기에게 피를 빨리는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뉴스를 봤다. 칸지루(Candiru)라는 작은 물고기는 다른 어류의 몸에 들어가 피를 빨아먹거나 아가미에 기생하면서 끝끝내 해당 어류를 죽게 한 대서 ‘아마존의 흡혈귀’라 불린다. 작은 머리와 부드러운 몸의 칸지루가 강가에서 수영하는 사람의 몸에 수술까지 받아야 한단다. ‘칸지루’ 기사를 읽는 순간 50년도 더 지난 오래된 악몽이 내 몸속으로 스멀스멀 기어들어가는 느낌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초등학교 5학년 초여름이었던가. 들일 나가면서 아버지가 시킨 소꼴을 베다가 더위를 참지 못해 논가의 듬벙(웅덩이)에 뛰어들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고 깨끗했다. 얼음 같은 투명성이 오롯이 녹아 있었던지 차가움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잠시 헤엄을 치는데 항문에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거머리가 내 몸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게 아닌가. 너무나 놀라서 꼴망태를 논둑에 버려둔 채 집으로 돌아와 측간으로 직행했다. 갖은 용을 쓰면서 항문 속 거머리를 밀어내려 했으나 실패했다. 거머리는 그럴수록 더 몸 속으로 파고들었다. 곁에 있던 친구들이 늘어놓는 걱정이 나를 더 두렵게 했다. “거머리는 지독해서 몸속에서도 잘 죽지 않는대. 피 빨아먹고 창자를 뚫고 구멍까지 낸다고 하더라.” 나는 다급한 맘에 찬장 속을 뒤져서 학기 초 학교에서 받아서 먹고 남은 기생충 약을 입안으로 틀어넣었다. 들일에서 돌아온 어머니와 아버지도 나 죽는다!, 고 난리치는 나를 보고 당황해하는데, 때마침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유식한(?) 이웃 아저씨가 집 앞을 지나가다가 한 마디 거들었다. “사람 몸속 온도가 36.5°C라 (거머리가) 오래 살지 못합니다. 게다가 위에서 분비되는 강산성 소화액 때문에 거머리는 결국 죽고 맙니다.” 그 아저씨 말대로 나는 거머리로 인해 병원에 가지는 않았다.

  곧 내 고향 시골에는 모내기가 시작된다. 어른들이 쪄낸 못단을 옮기려고 들어간 못자리 논에서 시달렸던 거머리의 추억이 다시 꼬물꼬물 재현된다. 

저작권자 © ONNews 오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