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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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대(代)를 이어간다!

 

  거실의 호접란 꽃이 시들어간다. 피우기 쉽지 않은 꽃이 지니 안타까운 마음 더하다. 활짝 꽃잎 펼쳐서 잔뜩 뽐내던 화려함은 일시에 추레해지고 말았다. 위로라도 해주려고 다가갔다가 깜짝 놀랐다. 막 꽃잎 시든 꽃대 옆에서 새롭게 움튼 꽃망울이 산통을 기다리고 있었다. “호접란은 새로 꽃을 피우려고 먼저 개화한 꽃들이 스스로 시들어가면서 제가 먹어야 할 영양분을 오롯이 새 꽃망울이 취할 수 있게 한다대!” 믿거나 말거나,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아내의 말만으로도 왠지 가슴 뭉클해지는 느낌을 주체할 수 없었다. 대(代)를 위한 희생이었다.

  지중해 분지에서 주로 서식하는 시스투스(Cistus)는 마르거나 바위가 많은 흙을 좋아하는 여러해살이 관목이다. 시스투스는 자살을 하는 식물로도 유명하다. 시스투스 크레티쿠스(Cistus creticus)의 수액은 발화성이 굉장히 강해서 섭씨 35도만 돼도 자연적으로 불을 낸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자신을 포함 주변 식물들이 모두 타 죽지만, 시스투스 크레티쿠스는 직전에 내화성이 강한 씨앗을 뿌려놓는다. 그 씨앗은 시스투스와 주변 식물들이 타고 남은 재를 양분으로 삼아 다시 싹을 틔운다. 시스투스는 대를 잇기 위해 제 스스로 목숨을 내놓은 셈이다.

  대를 이으려는 호접란이나 시스투스의 희생에서 문득 돌아가신 부모님의 얼굴을 떠오른다. 두 분에게는 언제나 자식들의 삶이 최우선이었고, 정작 당신들의 삶은 뒷전이었다. 사람이나 식물이나 그렇게 대(代)를 이어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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