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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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꽃을 피운 장미수국

 

  파란색 꽃송이를 매달고 있는 거실의 장미수국 화분 옆에 보지 못했던 화분이 하나 놓여 있다. 아내가 새로 입양한 반려식물이다. 생김새는 영판 장미수국이다. 가느다란 가지에 한 아름의 녹색 꽃송이를 무겁게 매달고 있었다. 처음엔 꽃잎인지 잎사귀인지 얼른 구분되지 않았다. 녹색의 꽃 색에서 넘쳐나는 젊고 건강한 기운이 반가웠지만, 이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수밖에. 수국은 파란색뿐만 아니라, 대개 분홍, 하양, 보라색 꽃을 피운다. 어디 수국뿐일까. 세상의 꽃들이 빨갛고, 노랗거나, 하얀 게 주류이지 않은가. 거기에다 빨강과 노랑, 빨강과 하양, 노랑과 하양이 서로 뒤섞이면서 다채로운 파스텔 톤의 꽃 색으로 거듭난다.

  녹색 꽃은 처음 봤다. 책에서 ‘불두화’라는 식물의 꽃이 붉은 빛을 띠는 녹색이라는 걸 본 적 있다. 어느 블로그에서는 녹색 장미꽃을 자랑하기도 했지만, 내가 두 눈으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내가 갓 입양한 반려식물은 장미수국이라고 했다. 한데 녹색 꽃은 노화현상이라지 않은가. 이렇게 건강하고 예쁜 꽃이 늙었다니. 실은 아내는 아들이 좋아하는 청보라 수국을 입양했으나, 지금의 녹색 꽃송이가 더 반가운 듯하다. 청보라보다 녹색이 되레 더 젊고 건강한 느낌이어서 일터. 아내의 말에서 문득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떠올랐다. 우리 집 수국의 세월이 거꾸로 흘러가고 있나 보다. 아무튼 수국의 꽃잎이 녹색으로 변하면 이듬해 예쁜 꽃을 기다하려면 꽃대를 잘라주란다. 입양하자마자 꽃대를 자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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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모든 꽃은 처음엔 녹색이었단다. 바람으로 꽃가루받이를 하던 시절의 식물들은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광합성을 위해 녹색 이외의 색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고. 그러다가 나비나 벌 같은 곤충이나 동물들에 의해 타가 수분하는 식물들이 등장하면서 차츰 꽃들도 곤충이나 동물들을 유혹하려고 여러 색깔로 피기 시작했단다. 사람도 그럴까. 모두 착하게 태어났으나, 저마다 욕심을 부리면서 다양한 성격으로 바뀌어가고 있지 않을까. 거실의 녹색 꽃은 수국의 수구초심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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