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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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객차 속 꼴불견

 

  평소와는 달리 지하철 좌석에 앉으면서 다리를 살짝 벌렸다. 사타구니 피부질환 때문이다. 땀이 차서 습해지면 도지므로, 될 수 있으면 뽀송뽀송한 상태를 유지하라는 주치의의 엄명이 손쉽게 공중도덕을 뿌리치게 했다.

  그래도 ‘쩍벌남’(지하철이나 버스 등에 있는, 여러 명이 함께 앉는 좌석에서 다리를 넓게 벌려 앉는 남자들을 가리키는 말)을 쭉 경멸해왔던 탓에 옆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게 된다. 남자들은 하나 같이 두 다리를 쩍 벌린 자세다. 다만 벌어진 다리의 각도는 제각각이다. 10도 정도 오므린 남자에서부터, ‘남들이 뭐라 하든지 나만 편해보자’는 식인지 아예 120도까지 쫙 벌린 몰상식한 남자들도 적지 않다. 지하철 객실바닥에 붙이고 있는 발의 위치도 저마다 다르다. 비록 무릎 쪽 다리는 쫙 벌렸지만 두 발을 다소곳이 붙이고 앉은 남자가 있다. 바로 그 곁에는 무릎이 양껏 벌어진 각도만큼 두 발까지 어깨보다 더 넓게 벌리고 태연히 앉아 있는 이들도 있다. 옆자리 사람에 대한 배려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

  여성들의 앉은 자세는 대체로 두 다리와 발을 다소곳이 오므린다. 옆 사람에게 불편도 주지 않고, 보기에도 좋다. 다만 일부 젊은 여성들은 다리를 꼬면서 자리에 앉는다. 곁에 앉은 사람은 치켜든 그녀의 신발이 자신의 바지에 닿아 얼룩이라도 묻을까 내내 신경 쓰이게 된다. 때로는 다리 꼰 사람의 치켜든 신발이 지나가려는 사람의 통행까지 방해한다.

  각양각색의 자세로 앉아 있는 지하철 승객들을 바라보다가 그만 다시 ‘쩍벌’자세를 슬그머니 거둬들이고 만다. 스스로가 겸연쩍어서다. 오늘 아침도 ‘임산부 먼저’ 앉아야 할 자리에 60대 중반 남성이 태연히 앉아있다. 옆에는 빈자리들이 수두룩한데도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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