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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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새벽공기

 

  어둠이 자작한 새벽. 열대야의 후덥지근함은 사리지고, 거실에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무심결에 켜버린 선풍기 바람에 온몸의 모공이 깜짝 놀랐고, 희끗해진 털들을 잔뜩 곧추세워 공격 자세를 취한다. 손바닥으로 어루만지면서 놀란 털들을 가까스로 달랜다. 선풍기를 끄고 소파에 누운 채 얇은 이불을 끌어당긴다. 열린 창으로 시커먼 어둠을 밀치고 서늘한 기운이 거실로 쏟아져 들어온다. 정서적·습관적으로 내 주위를 맴돌던 열대야의 후덥지근함이 이내 뽀송뽀송해진다. 장마에 배가 축 처진 벽지, 화장실의 습한 배수구에 슬어 있는 시커먼 곰팡이, 내 엉덩이의 음습한 가려움증까지 뽀송뽀송해지는 느낌이다. 슬며시 얼굴에 미소를 머금으면서 배 위에 살짝 걸치고 있던 이불을 다리 끝까지 덮어씌운다. 스마트폰으로 현재 기온을 확인한다. 섭씨 21도다. 아직 입추까지 한 달이나 남았건만, 미리 가을 예행연습인가.

  요 며칠 서늘한 날씨가 마치 가을을 연상시킨다. 근래 보기 드문 오뉴월 열기를 겪은 게 엊그제 일 같은데, 미리 졸아있는 열대야 폭격을 위장이라도 하려는 걸까. ‘우리나라 남쪽까지 확장해 온 북태평양 고기압이 올려 보내는 뜨겁고 다습한 공기가, 한반도 북쪽 서늘하고 건조한 저기압을 타고 내려앉아’ 희희낙락하는 형국이라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고기압과 저기압의 여름철 유희가 며칠 더 계속됐으면 좋겠다. 서늘하고, 뽀송뽀송한 새벽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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