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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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밥 소동

 

  모처럼 일가족 넷이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모처럼’ 이래서 칼질(?)을 한다든지, 고급 일식당은 아니었다. 칼국수나 보리밥으로 제법 유명한 식당을 찾았다. 평일 근처 관가 손님들이 주로 이용하는 집이라, 주말엔 한산했다. 식단은 칼국수로 통일했고, 놓치기 아쉬웠던 보리밥과 만두는 ‘테이크아웃’ 했다.

  테이크아웃 해온 보리밥으로 저녁끼니를 해결하려다 깜짝 놀랐다. 단팥빵의 팥 앙금 같았던, 보리밥에서의 열무김치가 보이지 않았다. 요즘 뉴스마다 하도 물가타령을 해서, 행여 미리 보리밥 위에 열무김치를 끼얹어놓았을까 해서 샅샅이 수배(?)했다. 보리밥 위에는 김 가루와 달걀 프라이가 전부였다. 원래 열무김치는 따로 담아주는 것이어서 봉투 속을 죄다 뒤졌다. 강된장과 국물 담은 그릇뿐이었다. 으아! 보리밥의 ‘앙꼬’랄 수 있는 열무김치를 빠뜨리다니. 그 순간 배달음식을 잘못 챙긴 주인은 나이까지 소환되면서 내게 성토당해야 했다.

  주문할 때 70대 중반 주인에게 분, 명, 히, 말했다. “회장님, 보리밥 2인분과 만두 1인분은 나중에 집에 가져가게 싸주세요. 보리밥과 만두를 각, 각, 따, 로, 봉지에 담아서 주세요!” 응? 그럼 혹시 열무김치가? 곧바로 만두봉지를 가져간 막내에게 전화로 물었다. “만두봉지 속에 열무김치 있더냐?” 나이 드신 주인은 친절하게도(?) 보리밥과 만두를 따로 담았으나 열무김치를 보리밥 봉지가 아닌, 만두 봉지에 담아버린 거다(가게주인이 따로 사는 남의 가족의 속사정까지 어찌 알아차렸을까. 잠시 내 말귀를 놓쳤을 뿐이지). 큰애는 열무김치 빠진 보리밥을 강된장으로 버무려서 맛있게 먹었다. 역시 맛 집!, 이라고 찬사하면서. 잠시 제 아비가 ‘정신 상태까지’ 들먹이며 의심했던 식당주인에게 미안해서 그러는 건 분명 아니었다. 불과 5분도 안 돼 보리밥 그릇을 비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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