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합병원 김동헌 병원장 칼럼

김동헌 온종합병원장·부산대 의대 명예교수
김동헌 온종합병원장·부산대 의대 명예교수

어느 날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그의 아들이 서울의 모 대학병원에서 진료받았는데, 좌측 부신(신장의 상부에 붙어있는 내분비기관)에 혹이 있고, 3개월 후에 다시 CT 검사를 하자고 하는데 왜 그래야 하는지 물었다. 나는 위장관외과를 전공해서 전공 분야는 다르지만 혹 자체가 애매해 3개월 뒤 커지는지 또 어떻게 변화되는지 보고, 또 검사 후 치료 방침을 정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 같다는 애매한 답을 해주었다. 전화를 끊으면서 ‘왜 진료받을 때 주치의에게 자세히 질문해보지 않고, 내게 물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친구 사이라 내색하지는 않았다.

필자도 1977년에 의사가 돼 지금까지 45년간 의료계에 종사하지만 지금도 가족이나 친지 때문에 내가 근무하지 않는 남의 병원에 가면 다소 어색하기도 하고 힘든 점이 많다. 우선 주치의와 병원의 선택, 또 절차의 까다로움, 무작정의 기다림, 진료 또는 검사 장소와 위치 파악의 어려움 등 안 그래도 가족이 아파서 힘든데 이런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진료받아야 한다. 이런 과정을 겪다 보면 의료진이 지시하는 중요한 주의 사항이나 진료 과정을 흘려듣기도 하고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의료인의 입장에서, 또 진료받는 고객의 입장에서 병원을 현명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봤다.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종류는 법으로 정해져 있다. 인력이나 시설 기준에 따라서 의원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등으로 나뉘어 1차, 2차, 3차 의료기관으로 전달체계가 확립됐다. 1차 의료기관인 의원은 병상 수가 30개 미만으로 규모가 작고 주로 외래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를 보는 소규모 의료기관을 말한다. 병원은 30개 이상의 병상을 갖추고 주로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진료를 보는 2차 의료기관에 해당한다. 같은 2차 의료기관에 속하지만, 종합병원은 병상 수가 100개에서 300개 이하인 병원과 300개 이상인 병원으로 나누어지고, 300개를 초과하면 9개 이상의 진료과목과 전문의가 있어야 한다. 우리 주변의 대학병원은 대부분 3차 의료기관이다. 종합병원 중에서도 500개 이상의 병상을 갖추고 중증질환에 대해서 난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하는 상급종합병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3년에 한 번씩 인력 시설 장비 교육 등 여러 항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지정한다. 이렇게 의료전달 시스템을 다양하게 구성하게 된 데는 사람의 생명이 지고지순으로 귀하기 때문이다.

미국 일리노이대학의 한 해부학 교수가 인체를 화학성분으로 분석해서 시가로 계산해보니 불과 89센트(약 1100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인간은 이런 물질적 가치로 따질 것은 아니고 정신적 사회적 영적 가치를 가진다. 따라서 현재를 살아가면서 현명한 병원의 이용은 병을 치료하거나 건강한 몸을 더욱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우선 의사와 병원의 선택은 우수한 의료진과 시설이 좋은 병원, 접근성과 지역성, 진료의 지속성과 추적 관리의 용이성, 신속성 등이 보장돼야 한다. 이렇게 선택한 병원에서 진료받을 때에는 환자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첫째 핵심적 병력을 조리 있게 설명해야 한다. 언제부터 아팠는지, 증상은 어떠한지, 또 최근에 있었던 사건이나 먹은 음식 중에 증상과 관련이 의심되는 것은 없었는지. 둘째 과거 병력과 현재 복용하는 약을 확인하고 병원에 가야 한다. 셋째 의료진은 나를 도와주는 편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의료진이 묻지 않아도 스스로 이야기하거나, 반대로 필요시 의료진에게 적극적으로 질문을 해야 하고 중요한 의문점은 정리해서 메모해 두는 것이 현명하다. 요즘은 언론 매체의 발달로 의료진과 병원의 선택이 매우 쉽고 효율적으로 돼 있다. 그러나 무조건 명의만 찾아서 먼 객지를 떠돌아다니다가 스트레스와 피로로 건강을 망치는 경우도 있으므로 사전에 심사숙고하고, 신중하게 잘 선택해서 병원과 의료진을 결정해야 하고, 결정된 다음에는 신뢰와 믿음을 가지고 진료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한 처사로 생각된다.

성경에서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라”고 했고, 불교도 “믿음은 도의 근원이고 공덕의 어머니”라고 했다. 병을 치유하기 위해 의료기관의 선택은 신중하게 하되, 자기 몸을 맡겼으면 병원과 의료진을 신뢰하는 환자의 태도 또한 매우 중요하다.

<김동헌 온종합병원장·부산대 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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