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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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검’ 스테로이드

 

  여름철 불청객인 습진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참을 수 없는 가려움증이 숙면을 통째 앗아간다. 지난밤에도 한밤중에 눈을 떠야 했다. 피부끼리 접촉할 수밖에 없는 습한 부위에만 골라서 생기는 습진의 습벽 탓인가. 열대야로 축축해진 병소는 이내 균들을 들쑤시게 하고, 내 습진의 기세를 등등하게 한다. 냉기를 머금고 있는 대리석 거실바닥에 드러누워 뜨거운 가려움증을 떨쳐내다 보면 금방 동이 튼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은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 있는 연고를 바르는 일이다. 효과는 금방 나타난다. 그 바람에 매일 연고를 찾게 되면서, 동시에 은근히 부작용도 걱정스럽다. 스테로이드는 강력한 항염증, 항알레르기 작용 덕분에 습진 같은 피부염뿐만 아니라, 천식이나 아토피, 관절염 등의 특효약으로 사용된다. 일부 프로스포츠 선수들도 경기력 향상을 위해 종종 스테로이드 유혹에 빠진다. 특히 아나볼릭(anabolic) 스테로이드는 세포 내의 단백질 합성을 촉진시켜 운동 능력과 근육을 폭발적으로 강화시켜서다.

  하지만 스테로이드는 불면증, 딸꾹질, 위장장애, 일시적 혈당상승 등에서부터 심근경색, 뇌졸중, 탈모, 간 기능 이상, 성 기능 이상 등 심각한 부작용도 일으킨다. 이 때문에 스테로이드를 ‘양날의 검’이라는 ‘악마의 약’이라 부른다.

  며칠 째 습진 부위에 스테로이드 연고를 발랐더니, 피부색이 검붉어졌다. 중단해야 하지만, 그 효과 때문에 쉽게 끊지 못하고 있다. 여름철 습진 관리요령을 검색하는데 기사 한 꼭지가 눈동자에 머문다. EU가 원전과 천연가스를 친환경 투자 기준인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단다.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 과도기 단계로 원전에 의존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기후변화의 스테로이드가 원전 아닌가 싶다. 지구의 사타구니가 걱정스럽다.

  ※ 진료를 받았더니, 엉뚱한 약을 바르고 있었다. 역시 섣부른 자가진단이나 ‘인터넷 의사’에게 기대기보다는 병원 진료실을 찾는 게 바람직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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