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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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자장면

 

  거기에 들르면 꼭 먹어보라고 했다. 수많은 맛 블로거들도 한결 같이 강추했다. 송악산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에 도착하니, 눈에 보이느니 자장면집들이다. 사람들의 추천대로, 어느 지상파 텔레비전을 통해 유명세를 탔던 가게를 찾았으나 문이 닫혀 있었다. 배짱 장사인지 감히(?)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일요일에 휴무라지 않은가. 멀지 않은 곳의 가게들은 죄다 영업하고 있었고, 메뉴엔 ‘톳 자장면’이 빠지지 않았다. 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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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 쓴 오이가 올려져있는 뭍의 자장면과 다른 게 있다면, 고명으로 삶은 오징어나 새우 몇 마리, 톳이 조금 올려져있을 뿐. ‘해물톳자장면’이래서 한 젓가락 정도의 고명용 톳 말고도, 톳 분말로 면이라도 뽑아내나 했으나, 그도 아니란다. ‘국민음식’이라는 훈장에 걸맞게 자장면은 맛있었다. 졸깃한 면발이 식감까지 좋았다. 면과 함께 씹히는 돼지고기도 제주산 흑돼지인지 쫄깃하고 푸짐하다는 느낌이었다. 이따금 면발에 뒤엉킨 채 씹히는 톳으로 마라도 자장면의 기대치를 극대화시켰다. 장사치의 기대치도 만만찮았다. 한 그릇에 8천원이었다. 천 원짜리 두어 장으로 한 끼 때우던 국민음식치고는 비쌌다. 가성비에 대한 나의 기대치보다 상인의 기대치가 더 높아지다 보니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듯하다.

추신 : 마라도에서 자장면 만드는 셰프는 ‘맨드롱 또똣’의 뜻도 모르는 서울내기였다. ‘맨도롱 또똣’은 제주어로 ‘미지근 따뜻’, 다시 말해 음식이 먹기 좋을 만큼 따뜻하다는 뜻이란다. 이왕 마라도 자장면을 제주 토박이가 요리해줬으면 더 오래 기억에 남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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