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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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곰팡이

 

  아침에 주방의 국 냄비 뚜껑을 열었더니, 뿌옇게 변해 있었다. 상했나? 코끝을 냄비 쪽으로 살짝 갖다 댔더니 악취가 풍겨 나온다. 전날 저녁 국을 끓여놓는 걸 깜빡해서 생긴 사고(?)다. 한 사람 몫으로 추정되는 미역국을 음식물 쓰레기통에 쏟아버렸다. 아깝지만.

  화장실에서 샤워를 마치고 바닥의 물기를 훔치는데, 바닥과 가까운 벽면에 검은 얼룩이 눈에 띄었다. 샤워기로 물총세례를 퍼부었으나, 얼룩은 좀체 지워지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문질렀더니, 곰팡이다. 늘 축축한 환경 속에 폭염까지 급습했으니, 곰팡이 서식처로는 샤워실 겸한 화장실만한 곳이 있을까. 곧바로 비누칠로 검은 곰팡이를 씻어냈다.

  장마철 폭염세례 속에 곰팡이의 습격이 시작됐다. 냄비나 냉장고, 화장실뿐만 아니라, 우리 몸까지 녀석들이 노리고 파고든다. 땀으로 자작해지는 사타구니가 몹시 가렵다. 녀석들이 제철 만난 듯 야단법석이다. 지독한 가려움증은 끝내 내 머릿속을 후벼 판다. 후덥지근한 장마철, 곰팡이는 우리 마음속에서도 서식처를 만들 수 있다. 늘 긍정적인 사고를 유지하면서, 마음을 뽀송뽀송하게 관리해야만 불쾌지수라는 곰팡이가 유발하는 사소한 다툼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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