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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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꽃

 

  요즘 퇴근길 지하철 장전역 아래 갈맷길에서 꽃밭을 만난다. 100여m 남짓 길섶에 길게 도열해서 사람들의 지친 발걸음을 응원하는 듯하다. 때로는 그들의 모습에서 북녘 어느 광장의 환호성들이 어른거리기도 해서 피식 웃고 만다.

  부처꽃이다. 다년생 풀로서, 우리나라 어디에든 흔하다. 산이나 들녘 습지에서 잘 자란대서 그랬을까. 구청에서 온천천 개울가를 따라서 길섶에 부처꽃 화단을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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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맘 때 처음 꽃밭과 마주하자마자 반가웠다. 보랏빛 감도는 녀석들을 나는 단박에 라벤더 꽃으로 맞이했고, 몇 년 전 겨울 홋카이도 비에이 설원에서 꿈꿨던 초여름 라벤더 화원을 머릿속에 그려내면서 몽상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며칠 동안 동행하는 사이 자꾸 녀석의 정체가 의심스러웠다. 결국 사진을 찍어 밴친들의 지식을 빌렸다. 부처꽃이라고 했다. 듣고 보니 청색이 은은하게 감도는 보랏빛 라벤더와는 달리, 부처꽃의 꽃색은 빨강의 강렬함이 짙게 배여 있는 자홍색이었다.

  녀석의 정체를 확실히 알고 나니 또 다른 애정이 간다. 게으르고 어설픈 내 탓에 남의 삶을 살아온 부처꽃에게 면구함이 들어서일까. 녀석의 자홍색 꽃봉오리에서 세상의 자비심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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