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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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족

 

  또 한분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아흔둘. 한평생 후세교육에 몸바쳐왔으니 그만하면 호상 아닌가 하는 조문객들의 격려는 여전히 무겁다. 어떤 죽음에도 호상은 없다. 유족 입장에선 더더욱. 하늘의 부름을 받았든(소천), 아름다운 마무리를 했든(선종), 모든 미혹과 속박의 굴레에서 벗어나 평온에 이르렀든(열반). 문득 아버지의 존재가 ‘가족’이라는 사실을 그 순간 깨닫게 된다.

  떠나간 아버지의 빈 자리는, 소원했던 가족의 유대가 되살아나면서 허전함과 슬픔을 메워준다. 서로 떨어져 아등바등 사느라 유대가 끊겼던 가족의 끈이 아버지의 부재 상태에서 서둘러 복원되는 거다.

  아버지의 제단 앞에서 비로소 털어놓는 딸의 고백록이 메말라있던 가족 공동체의 마음을 여름 소나기처럼 촉촉이 적신다. 줄곧 병상을 지켜온 아들은 아버지의 살아생전 흔적들을 비디오처럼 하나하나 재생한다. 아버지는 떠났지만, 결코 잊혀서는 안 된다는 무언의 다짐들을 간절히 호소하는 듯하다. 자녀들은 저마다 자신과 얽혔던 아버지의 흔적을 붙들고 가슴을 움켜쥔다. 핵 분열됐다고 여겼던 가족이, 떠나신 아버지를 매개로 강력한 핵융합을 일으킨다. 남아 있는 2대, 3대의 가족들이 다시 인연의 밧줄로 튼튼하게, 든든하게 잇는다.

  세상의 아버지는 가족 그 자체이다. ‘가족’이라고 쓰고, ‘아버지’라고 부른다. ‘가족’은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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