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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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건조기

 

  샤워를 끝내고 서랍에서 수건 한 장을 꺼냈다. 흘러내리는 물기를 훔치는데 이내 수건이 눅진해진다. 잘 말라서, 뽀송뽀송한 촉감을 기대했지만 실망스럽다. 서랍장에 차곡차곡 개어놓은 수건을 만지는 촉감이 죄다 찜찜한 뒤끝을 남긴다. 장마철 탓으로만 몰아붙이기에도 멋쩍다. 햇볕을 쐬지 못한 게 결정적이었을까.

  얼마 전 집안에 빨래건조기를 들였다. 세탁한 빨래들을 햇볕 잘 드는 거실 창가의 빨래걸이에 며칠 동안 주렁주렁 매달아둬야 하는 성가심이 줄어들었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오가면서 하루 만에 빨래를 끝낼 수 있어 편리했지만, 오래 동안 누려온 ‘뽀송뽀송한’ 촉감은 포기해야 했다.

  왠지 건조기에서 꺼낸 빨래들은 여전히 눅진눅진한 불쾌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과학적으로는 햇볕에 며칠 간 말린 빨래가 품고 있을 만큼의 습기를 유지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내 오랜 촉감만은 건조기의 과학적 수치로 설득당하지 않았다. 촉감은 ‘익숙함’과 깊이 연결돼 있을까. 낯선 건조기의 빨래는 햇볕을 흠뻑 쐬는 빨랫줄의 그것과는 너무도 낯설다. ‘낯섦’은 내 오랜 타성(惰性)을 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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