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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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데 없는 발열 응급환자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한다. 4시 반. 한 시간 전의 부재중 전화 흔적이 남아 있다. 지인의 얼굴과 함께 응급상황이 겹쳐졌다. 급히 전화를 걸었다. “○교수, 전화했네요. 누가 아픈가 봐요?” 지인은 지금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우리병원 응급실에 와 있다고 했다.

  모시고 사는 팔순 어머니가 새벽에 고열과 오한으로 고통스러워해 정신없이 119를 호출했단다. 응급차량에 어머니를 모시고 집과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가자고 했다. 동승한 119구급대원이 전화를 걸어 ‘발열과 오한환자’를 모시고 가겠다고 하니 해당병원에서 격리병실이 없다며 거절했다. 환자는 계속 통증을 호소했고, 아들인 지인의 마음은 타들어갔다. 다시 근처 종합병원 응급실 두 곳에 전화를 걸어 발열환자 이송을 부탁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그때 시간이 새벽 3시 30분. 머릿속에 내가 떠올랐고, 결국 그는 어머니를 모시고 해운대에서 서면까지 오게 됐단다. 때마침 온종합병원 응급실에 코로나 음압병실과 치료병상을 확보하고 있어 무사히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한때 수십만 명에 달했던 확진자수가 몇 천 명대로 급감하고, 치명률이 0.1%대에 근접하면서 우리는 어느새 ‘위드 코로나’에 익숙해졌나 했다. 다시 확진자수가 늘어나면서 의료기관들은 코로나로 의심되는 응급환자 치료를 꺼리는 듯하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난해 8월까지 고열을 원인으로 응급실에서 한 차례 이상 진료 거부를 당한 사람은 전국 2,959명이나 됐다는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관련 기사가 생각난다. 오밤중 고열 응급환자들이 거리를 헤매는 하는 일이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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