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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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둥이 아빠

 

  마흔넷의 그는 자녀가 넷이라고 했다. 큰애가 중학생이래서 깜짝 놀랐다. 앳돼 보이기까지 한 그의 동안(童顔)이 부럽기도 했다. 마흔 전후의 미혼이 수두룩한 요즘 세태에서 보기 드문 일이기도 했다. 결혼을 선택사항이라 여기고, 굳이 자녀를 낳고 싶지 않다는 요즘 젊은이들 아닌가. 분명 흔하지 않은 일이어서 그랬을까. 그가 반가웠고 부러웠고 고마웠다. 심지어 그가 지난 시기 애국지사처럼 우러러보이기까지 했다. 저출산 현상으로 조만간 지방이 소멸되고, 급기야 멀지않은 시기에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운명이라는 미래예측 보고서에 익숙했던 나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을 거다.

  유년 우리 주변에서 자녀 넷은 평균치에 밑돌았다. 대개 형제남매의 수가 대여섯이었다. 시골 동네마다 열 두셋 자녀를 둔 집들도 드물지 않았다. 그때 다둥이 네는 놀림감이었다. 우리 옆집도 열두 남매여서 아이들은 그 집을 ‘연필 한 다스’로 별칭해서 불렀다(연필 한 다스의 개수가 열두 자루였다). 자식 많은 낳는 건 반사회적이라는 인식까지 팽배해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시외버스터미널이나 역 주변에는 인구 시계탑까지 세워져 ‘인구폭발’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시계탑의 숫자들을 쳐다볼 때마다 ‘늘어나는 인구 때문에 조만간 굶어죽는 거 아닐까’ 겁나기도 했다. 그러니 출산이 달갑지 않았고, 식구 많은 집 아이들은 괜한 눈총까지 받았던 거다. 나도 아내가 둘째를 출산하자마자 정관수술을 받았다. 나이 서른일곱이었나.

  그날 다둥이 아빠와 얘기하는 동안, 사상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인구시계탑을 바라보면서 개발도상국인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대학생 임종수’를 발견했다. ‘출산율 1’이라는 선진국 프랑스를 무척이나 부러워하면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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