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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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개 짖는 소리

 

  아파트 마당을 걷다가 깜짝 놀랐다. 바로 옆 아파트 1층 베란다에서 갑자기 개가 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무섭게! 조용한 아침, 1층 개소리는 공기를 타고 앞 동, 옆 동 아파트 창으로 날아갔다. 여기저기서 개들이 일제히 짖어댔다. 멍멍멍멍! 왈왈왈왈! 개 울음소리들은 거대한 콘크리트 벽에 부딪혀 단지 안에 울려 퍼졌다. 짜증스러웠다.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야 할 아파트단지가 개 울음소리로 가득 찬 거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1 한국 반려동물보고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집은 총 604만 가구라고 밝혔다. 반려동물로는 개를 기르는 가구가 80.7%로 가장 많았으며, 1가구당 평균 1.2마리의 반려견을 기르고 있었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총가구수는 2,050만여 가구인 점을 고려하면, 거의 세 집 당 한 집에서 개를 기르고 있는 셈이다.

  단지를 벗어나는 순간 아파트 주변 산책로에서 또 다시 개소리가 사납게 들려온다. 어르신 한분과 젊은이가 데리고 나온 개들이 맞닥뜨리자 서로에게 마구 위협적으로 짖어댔다. 그 옆으로 할머니 몇 분과 젊은 여성이 유모차를 끌고 서둘러 피하듯 지나친다. 아기일까? 유모차 속에는 반려견이 더위에 지친 듯 혀를 내밀고 있다.

  그 많은 아기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문득 지난휴일 해운대 해변열차를 타러갔던 미포역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막 탑승준비를 하던 어린 아기가 코로나 방역 탓에 먹던 아이스크림을 버리라는 엄마의 준엄한 명령에(?) 자지러지게 울어댔다. 기적소리가 기겁할 정도로 컸지만 그립고 반가운 울음소리였다. 우리나라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이 겨우 0.81명이다. 1명 이하인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대한민국을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하는 건 전쟁이 아니라, 저출산이라는 게 시나리오가 현실화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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