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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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방

 

  새벽 잠자리에서 눈을 떴다. 거의 동시에 몸을 창 쪽으로 돌렸다. 반사적인 행동으로, 나는 필사적으로 뭔가를 쫓았다. 그 생각의 끄트머리에 퍼뜩 실체가 걸렸다. 달이다. 사흘 전 꽉 찼던 달이라, 비록 해무 속에서 이지러졌어도 보름달처럼 둥글고 커다랬다. 잠시 달맞이를 하고는 이내 곯아떨어졌다. 얼마나 흘렀을까. 얼굴 위로 따뜻하고 무거운 기운이 내려앉으면서 후덥지근한 느낌에 눈을 떴다. 달이 사라진 자리에 해무만 홀로 남아 힘겹게 여명에 맞서고 있었다. 지쳐서 휘청대며 흐느적거리는 해무는 하늘 위에서 시뻘겋게 내뿜는 일출의 강렬한 공세에도, 밑에서 시퍼런 바다의 응원으로 용케 버텨내고 있었다. 해무를 뚫고 눈에 들어오는, 점 같은 작은 어선 한척이 거대한 힘으로 맞서는 두 자연 앞에게 보란 듯 물보라까지 일으키며 당당하게 나아간다. 허탈해서 더욱 탈진해버린 해무가 스르르 맥을 놓는다. 이제부터 작은 인간의 시간이 시작된 거다. 해운대달맞이 고개의 온리조트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어부가 모는 작은 어선 한척이 열어젖히고 있었다.

  내 두 눈은 성급히 창을 넘어 솔숲을 사뿐히 즈려 밟으면서 시원한 바다 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돌고래처럼 잽싸게 물살을 헤치고 나아가는 두 눈동자 속에 어슴푸레하게 오륙도가 출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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