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장이고 아내는 결정권자다

나는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이것이 내 이야기이고 우리 집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여러 번 곱씹어 보았다. 

결혼해서 얼마 동안은 그래도 내가 결정하는 게 좀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 거의 없고 아내가 다 결정해버리기 때문이다. 

몇 년에 걸친 헤게모니 쟁탈전에서 아내한테 밀리고 나니까 탈환할 길이 없었다. 이제는 반격을 시도할만한 힘이나 무기도 없으니 다시 찾아오는 일은 아예 포기해 버렸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험난한 투쟁의 과정이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투쟁은 아주 작은 일을 가지고 시작되었다. 버스나 전철을 같이 탔을 때 여기 저기 자리가 있어서 내가 자리를 잡고 앉으면 꼭 자기가 잡은 자리로 오라고 손짓을 했다. 

교회 예배가 시작되기 전에 좀 일찍 예배당에 가서 자리를 잡을 때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 

영화를 보러 가거나 음악회 같은 데를 가더라도 자기가 먼저 가자고 하게 만들어야지, 내가 먼저 가자고 하면 그렇게 재미없는 걸 왜 보러 가냐고 하는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이 헤게모니를 잡기 위한 투쟁의 초기 과정이었고 남편을 길들이기 위한 훈련이었다고 생각된다.

이런 작은 일을 가지고 다투는 것이 째째해 보여서 매번 져주고 물러섰는데 이렇게 작은 일에서 저준 것이 화근이 되어 점점 더 밀리게 되더니 결국에는 헤게모니를 잃게 되었고 모든 것을 아내가 다 결정하는 것으로 되어버렸다. 

힘겨루기(power struggle)의 진행 원리가 다 이런가 보다. 내가 이렇게 힘겨루기에서 진 것을 인정해서, 우리 집의 결정권을 아내가 다 가져 간 것은 그런대로 참아주더라도 이것을 손에 쥐고 있다고 폭정(暴政) 하는 것은 참기 힘들다. 

내 옷이나 넥타이 같은 것을 내가 사 오면 어디서 그런 것을 샀느냐고 야단을 치기 때문에 아예 혼자 사러 갈 생각을 안 한다. 그래서 나는 아주 물건을 살 줄 모르는 사람으로 우리 집안에서 공인이 되어 있다. 

결혼해서 처음 몇 년은 아내의 생일 선물을 사 주다가 얼마 안 되어 곧 포기해 버렸다. 자기가 원치 않는 것, 쓸 데 없는 것을 사왔다고 핀잔을 주니 내가 머리를 쓰고 정성을 들여서 준비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제는 사고 싶은 것 사라고 돈을 주면 되는 것으로 굳어졌다. 

내 아내는 또 내가 이렇게 변한 것이 싫다고 불만이다. 나를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 자기인데도 말이다. 내 아내만 이런 것에 불만인 줄 알았더니 많은 여자들이 그렇다는 것을 다음과 같은 글이 말해준다.

 

  - Why does a woman work ten years to change a man's habits and then complain that he's not the man she married?
  - 왜 여자는 남편의 습관을 10년이나 걸려서 고쳐놓고 나서, 남편이 결혼할 당시의 사람이 아니라고 불평을 할까?
 -  Most women set out to change a man, and when they have changed him they do not like him.
  - 대부분의 여자들은 한 남자를 변화시키려 하고 나서, 막상 변화됐을 때는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 In my house I'm the boss, my wife is just the decision maker. (Woody Allen)
- 내 가정에서는 나는 대장이고 아내는 결정권자 다. (우디알렌)
- Once made equal to man, woman becomes his superior.  여자란 남자와 평등하게 대해주면 꼭 남자의 상관이 된다.
- 네이브블로그, 들국화, 카톡수신글, *결정권자* 들국화 (2022.07.04.)
- Cafe, shiny4040, 자유로운 글 > 결정권자, 김황수 (2022.07.12.)
- 네이브블로그, kimkwangsooblo, 동영상, *결정권자* 별명없음 (2022.07.06.)
-(사진) "구름과 힘겨루기 하는 달" (2022.07.16.) 용호만, 笑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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