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일 해라

중국 당(唐)대의 일입니다. 항주 땅에 도림(道林․ 741-824)이라는 유명한 선사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가 참선하는 방법은 매우 특이했습니다.

그는 방안에서 참선하는 것이 아니라 절 마당에 있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 나무 가지에 앉아 참선을 했습니다. 나무 위에서 좌선하는 모습이 흡사 새가 둥지를 틀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므로 사람들은 그를 새집선사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대문호이자 정치가인 백낙천(白樂天․772-846)은 자만심이 대단했습니다. 그가 항주 지사로 부임하자 괴이한 도림(道林)선사(741~824)의 도력을 테스트하고 싶은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어느 날 백낙천이 스님의 절에 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소문대로 선사는 높은 나무 위에 새처럼 앉아 좌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하필 바람이 몹시 불어 새집이 앉은 가지가 이리저리 휘청거렸습니다. 스님이 마치 땅에 떨어질 것 같아 백낙천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앗, 위험하다 위험해!"

새집선사가 태연하게 말했습니다. "그대가 오히려 위험하오"  백낙천은 의아해 물었습니다. "나는 두 발을 땅에 딛고 있는데 무엇이 위험하단 말이오?" 선사가 대답했습니다. "그대의 마음불(心火)이 상교(相交)하고 식(識)이 허랑(虛浪)해 정정(靜定)할 줄 모르니 어찌 위험하지 않소?" 그대 마음이 항상 불안하고 알량한 지식이 출렁거려 번뇌가 들끓으니 그대가 오히려 위험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백낙천이 스님의 도력을 간파하고 비로소 예를 갖추고 물었습니다. "스님, 불교의 대의가 무엇입니까?" 스님이 답했습니다.  "악을 짓지 말고 착한 일을 하시오"

백낙천이 듣고 그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선사가 말했습니다.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말이지만 팔십노인도 행하기는 어려운 일이오."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의 칠불통계(七佛通戒)에 나오는 싯구입니다. "모든 악을 짓지말고(諸惡莫行)/ 온갖 선을 봉행하라(衆善奉行)/ 스스로 그 뜻 맑힘이(自淨其意)/ 부처님의 가르침일세(是諸佛敎)"  

 

이현도 글

-이 글은 경남도민일보 1999년 12월 23일자에 게재한 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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