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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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바람

 

  장마 끝나자마자 본격 무더위가 시작됐다. 열대야의 끈적끈적한 열기는 아침 출근길에까지 오롯이 달라붙는다. 후줄근하게. 걸음걸음마다 내가 소모한 에너지는 땀으로 송골송골, 자작자작 맺힌다. 느릿하게 속도를 줄여가면서 이마며, 목덜미며, 겨드랑이며, 등짝이며 온몸의 땀들을 달래보지만 별무소득.

  승강장의 찌뿌드드한 더위를 피해 황급히 뛰어든 지하철 객차 안도 후덥지근하기는 마찬가지. 차령의 나이 탓에 냉방기는 켜나마나한 듯 미지근하고 찜찜하다. 객차마다 강약이 다르대서 ‘강한 냉방’ 차량에 골라 앉아 봐도 ‘약 냉방’과 별반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이나 기계나 오래되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법인가 보다.

  방법은 없다. 나의 에너지 소모를 최대한 줄이는 수밖에. 목덜미에 파고드는 땀을 달래려면 차라리 숨쉬기조차 멈추고 싶다. 감각기능의 작동을 최소화해보려고 두 눈까지 질끈 감았다. 잡념으로 들어차 있던 머릿속도 텅 비웠다. 그때 갑자기 오른쪽 얼굴 쪽에서 냉감(冷感)이 일었다. 냉감은 더위로 처져버린 몸의 기운을 다시 북돋운다. 한낮 뻘뻘 흘러내리는 땀을 식히려 다리 밑에 서 있을 때, 안으로 불어오는 살랑바람처럼 반가웠다. 오른쪽 시원한 바람으로 온몸의 열기를 식히면서 두 눈을 살짝 떴다. 바로 옆 자리에 앉은 50대 여성이 가볍게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부채바람이 내 얼굴에까지 미쳤던 거다. 한겨울 ‘얻어 쬐는 불’을 ‘곁불’이라고 한다면, 한여름 출근길 지하철 속 ‘얻어 쐬는 바람’은 ‘곁바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곁바람조차 반갑고 고마운 요즘 한여름 무더위다. 오늘도 섭씨 30도를 웃도는 폭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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