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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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희망온도 ‘섭씨 27도’

 

  작은 온도변화에도 쉬 면역체계가 허물어지는 허약체질 탓에 한여름에도 에어컨을 잘 켜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나이 들면서 무더위를 수인하는 임계치가 급속히 낮아지는 걸 몸으로 느낀다. 며칠 째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에어컨을 켠 채 잠든다. 거실 천장에 붙어 있는 에어컨 2개 중에서 하나만 켠다. 희망온도는 섭씨 27도. 가동한지 30분쯤 지나면 온몸의 모공이 벌떡 일어선다. 함께 켜둔 선풍기 바람의 한기가 소름까지 불러올 정도다. 50평 아파트의 넓은 거실에 겨우 천장 에어컨 하나만 켜둬도 안방까지 더운 기운으로 채워진다. 한밤중 스마트폰으로 우리 동네 온도를 확인해보니, 섭씨 27도. 여전히 열대야다. 바깥 날씨나 거실의 에어컨온도가 같은데도, 실제 체감온도는 적도지방과 극지방의 차이다.

  평소 사무실에서도 나는 에어컨의 희망온도를 섭씨 25도에 맞춘다. 바깥에 폭염경보가 내려져 있을 때면 23, 24도로 1, 2도 낮춰보지만 이내 코가 맹맹해진다. 옷걸이에 걸어둔 양복저고리를 걸치고 떨어진 체온을 다시 데워야 한다. 며칠 전인가. 분명히 희망온도를 25도에 맞춰놨는데 온몸의 털이 곧추설 만큼 춥게 느껴졌다. 감기에라도 걸렸나 했는데, 에어컨 계기를 살펴보니 섭씨 18도에 맞춰져 있는 게 아닌가. 선선한 가을 날씨인 섭씨 18도가 에어컨의 온도라면 사정이 다르다. 선선하기는커녕 으슬으슬 추우니까. 그날 나는 냉방병에 걸렸다. 멈출 수 없는 재채기와 함께 콧물이 물처럼 줄줄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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