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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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다리미

 

  출근길 반소매 셔츠를 입으려다 단추가 떨어져 있는 걸 발견했다. 시간에 쫓겨 마음이 급한데다 출근한다고 선풍기와 에어컨을 꺼둔 탓에 금방 온몸이 열기로 찌뿌드드했다. 서둘러 꿰매려고 단추를 찾았다. 셔츠를 붙들고 있던 단추의 실밥은 여전히 튼튼함을 자랑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실밥이 터지지 않은 것이라면 단추는 왜 떨어졌을까. 단추를 꼼꼼히 살펴봤다. 아뿔싸! 단추의 속이 텅 빈 채다. 네 개의 단춧구멍이 통째 사라져 버린 거다. 다시 셔츠를 들춰서 떨어진 단추의 위치를 꼼꼼히 살폈다. 단추에서 쏙 빠져나온 구멍 넷이 실밥과 단단히 엉켜 있었다. 실밥이 터진 게 아니라 단추가 망가진 거다, 단추가!

  셔츠를 산지 겨우 한 달 남짓. 아무리 자주 세탁을 했대도, 실밥보다 단추가 더 빨리 상할 순 없는 일 아닌가. 원인은 다리미에서 찾아야했다. 얼마 전 애정하던 전기다리미를 버리고 스팀다리미로 바꿨다. 전기다리미는 뜨겁게 달궈진 쇳덩이로 부드러운 옷감을 다스려야해서 ‘똥손’인 내겐 외계의 물건이나 다름없었다. 스팀다리미는 세탁물을 옷걸이 걸어 놓은 채 내뿜는 뜨거운 증기로 셔츠를 애무하듯 살며시 어루만지면 끝! 텔레비전 광고에서처럼 말이다. 한데 그 내뿜는 열기가 단추를 상하게 할 수 있을 만큼 강했던 모양이다. 전기다리미라면 단추 근처에서 다림질을 머물 테지만, 스팀은 작은 단추 위에도 사정없이 뜨겁게 쏟아졌을 터이다. 게다가 전기다리미처럼 다림질을 했다니 스팀의 열기가 가녀린 단추의 속살을 녹아들게 했을 듯하다. 이게 가녀린 단춧구멍을 망가지게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무튼 오늘밤 셔츠에 매달린 예비단추로 바느질이나 해야겠다. 침침해진 두 눈이 바늘귀를 꿰맬 수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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