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온종합병원 임종수 행정원장 칼럼

블로그_따뜻한 사람들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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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 같은 커피전문점

 

  출퇴근길 아파트 앞 길거리마다 커피전문점들이 빼꼼 인사를 건넨다. 아파트에서 지하철역까지 가는, 300여 미터 남짓 도로변에 7곳이나 성업하고 있다. 걔 중에는 이름 값하는 다국적 커피전문점도 끼어있다. 아무리 주택가라지만 이리 많은 가게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을까 걱정 아닌 걱정까지 한다. 그런 나를 위로라도 하듯 서로 다른 얼굴을 한 커피점들이 구수한 커피 향으로 지나가는 내 코끝에다 인사를 건네는 듯하다. 그들의 반가운 인사를 코로 한껏 끌어들여 가슴 깊숙이에서 찬찬히 음미하는 여유야말로 내가 꿈꾸는 소확행 아닌가.

  커피점이 요즘 창업의 대세라는 걸 새삼 인정하게 되면서도, 한편에서는 여전히 내게 의구심을 갖게 하는 가게도 역시 커피전문점이다. 문을 걸어 잠근 지 벌써 2년이 다 돼 간다. 작은 종이에 ‘임시 휴업’이라고 써 붙인 처음 며칠간은 가게주인의 개인사정으로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겠거니했다.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어느덧 이태가 돼 간다. 단순히 개인 사정이나 건물주와의 임대료 분쟁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 커피전문점은 부산에서 가장 가맹점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는 유명 프랜차이즈다. 문 닫은 채 계속 방치되다 보니 사람들은 되레 그 커피 프란차이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하는 의심마저 고개를 들 수밖에. 그렇지 않고서는 자기 프랜차이즈 신뢰를 깎아먹는 장기 폐점상태를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 아닌가.

  그 가게 앞을 지나칠 때마다 굳게 닫힌 창을 통해 실내 홀을 들여다본다. 흑당라떼! 그 커피전문점이 폐점할 즈음 젊은이들에게 크게 인기를 끌었던 메뉴가 쓸쓸하게 나를 쳐다본다. 이미 커피 향은 사라졌고, 을씨년스러운 기운만 흐르고 있다. 누구라도 그 가게를 인수받기만 하면 금방이라도 구수한 커피를 내릴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커피점 창업도 쉬운 일이 아닌 건가. 도대체 그 가게 자리엔 어떤 업종이 들어서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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