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정원

나의 정원은 하늘정원입니다. 하늘에 있습니다. 건너편 산에서 나의 정원을 보면 계곡 물줄기가 잭과 콩나무처럼 하늘을 향해 올라가 맨끄터머리에 정원이 매달려 있으므로, 천상 하늘입니다. 

 

건너편 산은 백운산입니다. 해발 1,100미터입니다. 백운산도 지리산 못지않은 명산입니다. 풍수의 대가 옥룡자 도선국사가 말년을 보내고 그의 뼈를 묻은 곳이니 명산 중의 명산입니다. 백운산에서 뿜어져 오는 알싸한 산기운이 온몸으로 느껴집니다.  

 

하늘정원에 서면 백운산은 내 앞에 놓인 테이블입니다. 하얀 보자기를 씌운 식탁입니다. 백운산을 우리말로 풀어쓰면 흰 구름 산입니다. 흰 구름을 안고 있는 산입니다. 산은 흰 구름을 안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흰구름을 갖고 갖가지 조화를 부립니다.

산이 흰구름 전부를 창공에 펼쳐 보이는가 하면 구름의 일부를 찢어서 산허리에 감아 보았다가 갑자기 누더기처럼 펄펄 날려 보내기도 합니다.

또 어느 날에는 구름을 둘둘 말아서 내가 있는 정원 쪽으로 휙휙 풀어 던지기도 합니다. 날아든 구름은 삼신봉을 덮었다가 천왕봉, 토끼봉, 영신봉과 반야봉으로 휘젖고 다니다가 결국에는 온 산을 꽉 막아버리기가 일쑤입니다.  

 

백운산은 남성산입니다. 할아버지 산입니다. 내가 사는 지리산은 여성산이고요. 할머니산입니다. 지리산 국사암의 산신각에는 여자 할머니가 호랑이와 함께 앉아있습니다. 산주인이 할머니란 이야기이죠.

이산 저산이 흰구름을 던져주고 받는 것이 저쪽에서 할아버지가 너울너울 춤을 추고, 이쪽에서 할머니가 너울너울 춤을 추는 풍경으로 보입니다. "얼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이가 좋으신가요?  시도때도 없이 너울너울 춤을 추니,  내 정원에 구름이 걷히는 날은 별로 없습니다. 

 

정혜정 글
- 이 글은 월간반야 2004년 10월 (제47호)에 게재한 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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